이재명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123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경제 분야에는 인공지능(AI)·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하고, 100조원 이상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당초 제시된 210조원 재원 마련 방안은 확정안에서 제외됐다. 최근 정부가 국민성장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등 필요 재원이 더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재정 소요가 커졌지만 조달책은 불투명해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한층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국정과제를 포함한 ‘국정과제 관리계획’을 확정하고 “앞으로 5년간 새 정부가 역점 추진할 국정 운영의 핵심 로드맵인 123대 국정과제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확정된 국정과제는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분야의 5대 국정목표와 23대 추진전략, 123대 과제로 구성됐다.
경제 분야 국정과제에는 AI 등 신산업 육성과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산업 혁신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독자적 AI 생태계와 AI 고속도로를 구축해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잠재성장률 반등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R&D 예산을 총지출의 5% 수준으로 늘려 과학기술 5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 연간 40조원 규모의 벤처투자시장 조성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5극3특을 중심으로 혁신·일자리 거점을 육성하고, 서민·소상공인 채무조정, 공적주택 공급 등을 통해 균형성장을 도모한다.
역점 사업인 국민성장펀드도 100조원+α 규모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본래 이 사업은 민관 합동으로 100조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발표됐으나 논의 과정에서 50조원이 증액됐다. 정부는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국민·금융권 자금 75조원을 모아 자금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마련된 펀드는 향후 5년간 AI·반도체·바이오 등 10개 첨단산업 전반을 지원한다.
하지만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 계획은 이번 확정안에서 빠졌다. 지난달 국정기획위원회는 123대 국정과제 추진에 5년간 210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세제 개편과 세입 기반 확충을 통해 94조원,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116조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확정안에서는 이러한 재원 조달 방안이 언급되지 않았다. 재원 대책이 빠진 만큼 늘어난 재정 소요를 감당하려면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특히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적된다. 필요 재원이 더 늘었지만 민간자금 75조원을 실제로 끌어모으는 데는 현실적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펀드 일부는 국민참여형으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는데 펀드가 인프라 투자 성격을 띠다 보니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고,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주지 않는 이상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설계가 미흡하면 국가채무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