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 때문에 불평하지 말지어다.”(시 37:7)
1983년 군복무를 마치고 다니던 직장으로부터 복직 명령을 받았습니다. 복직을 앞두고 심경이 복잡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좋은 직장이었지만 2교대 근무 체제라 주일을 한 달에 두 번밖에 지킬 수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교회서 중등부 교사로 섬기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을 두고 한 달에 두 번이나 교회를 빠진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진로를 놓고 하나님께 묻고 또 물었지만 명확한 응답은 없었습니다. 결국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주일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참고 기다리자.”
그 결심에 따라 복직을 포기했습니다. 아파트 공사장에서 질통을 메고 리어카에 과일을 담아 장사를 하며 주일성수가 가능한 직장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주일을 반드시 쉴 수 있는 신생 기독교 출판·서적 판매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믿음이 좋아서라기보단 무모해서 내린 결정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기독교 서적을 판매하고 관리하는 일은 지금껏 제게 큰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길이 어느덧 42년이 흘렀습니다. 현재 기독교 전문 도서 출판 및 도서 유통·물류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특정한 시장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벅찰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마음을 붙잡아 준 게 바로 위 본문과 이 말씀입니다. “내 영혼아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가 여전히 그를 찬송하리로다.”(시 42:5)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종이책 중심의 출판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두려움과 초조함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이들 말씀은 언제나 제 인생의 나침반이 돼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습니다.
여러 기독교 출판사가 열악한 현실 가운데 한국교회 부흥과 신앙 성숙을 위해 묵묵히 문서 선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 또한 오늘도 주님 앞에 잠잠히 참고 기다리며 그분께 소망을 두고 하나님이 행할 선한 일을 기대합니다.
<약력> △㈜비전북 대표이사 △출판사 몽당연필 대표 △두란노아버지학교 이사 △일산동안교회 시무장로 △저서 ‘사랑이 답이다’(두란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