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서비스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머릿결이 상했다거나 기장이 길다는 등의 이유로 현장에서 붙는 추가요금도 만만찮다. “미용실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급기야 불만에 찬 소비자들이 직접 헤어 가위와 염색약을 들기 시작했다.
1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성인 여성 커트 평균 요금은 1만9558원으로 집계됐다. 6년 전인 2019년(1만5789원)보다 약 26% 올랐다. 서울은 2만3692원, 인천은 2만5000원으로 수도권은 이미 2만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달 미용 서비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7%)의 배 수준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미용실 외부에 가격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옥외가격 표시제’를 시행 중이다. 위반하면 최대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제도 시행 10년이 지나도록 실효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장이나 헤어 제품 등에 따른 부가 요금이 결제 단계에서 뒤늦게 붙는 일이 많아서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디자이너 직급이 오르거나 원장 시술을 받으면 추가 요금이 붙어 커트에만 1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남녀 간 요금에 차등이 있는 이른바 ‘핑크택스’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대학생 조모(23)씨는 “숏컷은 걸리는 시간과 디자인이 남성과 비슷한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추가 요금을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미용 가격 피로감은 소비자 행동변화로 이어졌다. ‘셀프 미용’에 나서는 이들이 증가한 것이다. 다이소에 따르면 이달 1~14일 미용 가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염색약은 20% 증가했다. 3000~5000원대의 저가형 미용 가위만 10여종이고 염색약은 30종이 넘는다. CJ올리브영은 염색 펌 관련 제품만 160여종을 취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셀프 염색 제품은 과거보다 색상 선택 폭이 넓어졌고 사용법도 간편해져서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셀프 미용 노하우를 소개하는 영상이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스스로 앞머리를 자르거나 미용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을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소개한다. 최근엔 뷰티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후기 영상도 증가하는 등 셀프 미용이 하나의 일상적 소비문화로 정착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홍모(31)씨는 “앞머리 커트만 해도 서울권에서는 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자주 잘라야 하다 보니 미용 가위를 사서 직접 자르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미용업계 한파로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미용업소 8229곳이 폐업했다. 2022년 1만1503건, 2023년 1만2646건, 지난해 1만3292건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