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 새 힘 얻도록” 쉼과 회복의 시간 선물

입력 2025-09-17 03:01
목회자 리조이스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에서 박상미 한양대 일반대학원 협동과정 교수의 강연을 들은 뒤 박수를 보내고 있다. 오륜교회 제공

전국의 목회자 500명이 모인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주경훈 목사) 본당. 금관악기 5중주 연주단 ‘브라스 시티’가 영화 미션의 주제곡 ‘넬라 판타지아’를 연주하자 목회자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에 푹 빠졌다. 30분으로 예정된 연주가 끝난 뒤에도 목회자들은 앙코르를 거듭 요청했다. 사회자가 물었다. “평소 음악회를 자주 다니시나요?” “아니요.” 참석자 중엔 앙상블 공연에 처음 와 본 목회자들이 많아 보였다.

금관 앙상블을 선보이는 연주단 브라스 시티. 오륜교회 제공

오륜교회는 15일부터 2박3일간 교단과 교파를 가리지 않고 전국 목회자들을 초청해 ‘제2회 목회자 리조이스’를 진행했다. 목회자 리조이스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쉼과 영적 회복을 부축하기 위해 오륜교회가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는 사역이다. 이번 주제는 ‘쉼;~ing’로 진행형을 뜻하는 ‘ing’에 하나님 안에 있으면 언제든 쉼을 누릴 수 있다는(in god)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 첫날 환영사를 전한 김은호 오륜교회 설립목사는 “지금까지 힘껏 사명의 길을 달려오신 여러분은 하나님 나라의 귀한 청지기”라며 “온전한 안식을 누리며 다시 일어설 힘과 기쁨을 얻으시길 바란다. 하나님 안에서 끝까지 사명의 길을 향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주경훈 목사는 “어쩌면 목회자야말로 먼저 주님의 품 안에서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목회자 리조이스가 동역자들과 함께 찾는 쉼의 정류장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은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각기 다른 콘셉트로 준비됐다. 1일차에는 ‘힐링 데이’를 콘셉트로 브라스 시티의 공연, 심리상담가인 박상미 한양대 일반대학원 협동과정 교수와 개그맨 오지헌의 초청 강연, 뮤지컬 배우 정원영과 찬양사역팀 러빔의 힐링 콘서트 등이 마련됐다. 2일차인 16일 진행된 ‘은혜 데이’에선 ‘세상과 소통하는 교회의 미디어 전략’ ‘1만권 독서가가 전하는 독서법 특강’ 등 선택식 강의와 함께 참가자들의 소그룹 나눔 시간이 준비됐다.

자기 관리 특강을 전하고 있는 박상미 교수. 오륜교회 제공

첫날 목회자의 자기 관리 특강으로 참석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박 교수는 “성도들은 지친 영웅이 아니라 오래 함께할 목회자를 원한다”며 “목회자가 행복해야 교회도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회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자기 관리법으로 ‘글쓰기를 통한 감정 해소’ ‘최소 1주에 하루는 온전히 안식하기’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한 사람 확보’ ‘교회와 집을 벗어난 장소에서의 취미 생활’ 등을 제안했다.

경기도 하남에서 4년 전 교회를 개척한 유병운(56) 미사리하남교회 목사는 “호텔도 좋고 밥도 맛있었지만 가장 기쁜 건 동고동락할 목회자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온 위수정(52) 행복한우리들교회 목사는 “아무래도 여성이라 가정에도 소홀할 수 없고, 목회도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번아웃 직전까지 왔던 것 같다”며 “목회자 리조이스를 통해 쉬는 것도 사역이라는 걸 알게 돼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