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해 성평등 정책의 컨트롤 타워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장관의 부재 속에 존립 자체가 흔들렸던 지난 1년 반의 공백을 메우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위기 속에서 다시 정상화된 만큼, 이번 변화를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부처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16일 원민경 여가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제시한 3대 국정과제는 △기회와 권리가 보장되는 성평등 사회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및 다양한 가족지원이다.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디지털성범죄·교제폭력 대응, 아이돌봄 확대와 한부모 가족 지원 등은 시의적절한 과제들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온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평등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다.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고, 폭력과 차별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은 특정 집단의 이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다. 아동과 청소년, 다문화 가족 등을 두텁게 지원하는 것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여가부가 제시한 과제들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여가부는 그간 교육·복지·노동 부처와 업무가 겹치며 중복 논란에 시달렸고, 실질적 권한이 부족해 정책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폐지론이 불거졌고, 최근에는 ‘이대남’(20대 남성)의 불신 속에 젠더 갈등의 상징으로까지 비쳤다. 새 이름이 단순한 간판 교체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 성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젠더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 추진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성평등가족부라는 이름에는 더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라는 시대적 당부가 담겨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