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열풍에 기세 등등한 ‘까치호랑이’

입력 2025-09-17 00:09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호작도’(작자 미상, 1592, 비단에 수묵, 160.5×95.8㎝). 리움미술관 제공

가장 오래된 16세기 말 ‘까치호랑이’부터 19세기 민화 ‘피카소 호랑이’까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인기 캐릭터 더피와 수지의 원형인 ‘까치호랑이’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리움미술관에 마련됐다. 11월 30일까지 하는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호작)’이 그것이다.

호랑이와 까치는 전통미술에서 중요한 소재로 다뤄졌다. 특히 대중문화인 민화가 생겨나던 19세기에는 권력을 풍자하는 대표적인 소재로 사랑받았다.

전시에 나온 까치호랑이 그림은 딱 7점. 수량은 적지만 각기 대표성이 있어 까치호랑이 그림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장 주목할 것은 최초 공개된 1592년 작 ‘호작도’다. 국내 가장 오래된 것으로 19세기 민화풍 까치호랑이의 기원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중국 원나라에서 정립된 호작도 형식이 한국으로 건너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도 중요하다. 그림 속에는 여우와 이리가 호랑이를 가장해 위세를 부리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는 ‘출산호’(出山虎), 호랑이가 새끼를 낳자 놀라며 기뻐하는 새를 그린 ‘경조’(驚鳥), 호랑이가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태어날 때부터 비범한 군자의 모습으로 해석한 ‘유호’(乳虎) 등 여러 알레고리가 결합해 있다.

털이 역동적으로 표현돼 호랑이의 기세를 드러내는 ‘호작도’(작자 미상, 19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116.5×83.0㎝). 리움미술관 제공

19세기 민화 호작도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피카소의 입체주의를 연상시켜 ‘피카소 호랑이’라는 별칭이 붙은 호작도, 1874년 신재현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호작도’, 털의 표현에서 겸재 정선의 ‘만폭동도’ 물줄기 기세가 느껴지는 호작도 등 모두 눈길을 끈다. 18세기 사실주의 화풍의 정수인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도 나와 전시에 깊이를 더한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