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게임 예산을 올해보다 10% 넘게 늘리며 산업 지원을 강화한다. 인공지능(AI) 활용 지원과 K게임 라키비움 조성 등 산업 인프라 확충에 방점이 찍힌다. 국회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와 경품 규제 완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진흥까지 논의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초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며 게임 분야 예산을 1123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1016억원 대비 10.5% 증액이다. 신설된 예산 항목 중 게임 제작 공정의 AI 전환 지원에 75억원을 투입한 게 눈에 띈다. 한국 게임 산업 아카이브 공간인 ‘K게임 라키비움’ 조성에도 15억원을 배정했다. 전체 문체부 예산은 약 7조7962억원으로 10.3% 증가했다.
정부는 게임을 K콘텐츠의 전략 장르로 규정하고 관련 지원을 묶어 콘텐츠 산업 국가 전략화 기조와 연동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춰 개발 현장 생산성 향상과 지식재산권(IP) 자산화에 초점을 둔 제작 파이프라인의 AI 도입을 지원한다. 또한 게임 코드·아트·기획 문서 등 산업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라키비움으로 산업 인프라를 다진다.
규제 정비도 병행된다. 문체부는 다음 달 9일 시행될 법 개정에 맞춰 게임 내 경미한 내용 수정의 신고 면제 범위를 구체화하고 게임 심사를 민간에 이양하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민간 자율등급) 지정요건 완화 및 재지정 기간 확대를 추진한다. 아울러 해외 사업자의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에 대해 위반 시 과태료 2000만원 부과 기준을 마련하는 시행령 개정도 입법 예고했다. 업계의 절차 부담을 줄이고 해외 게임 사업자의 책임 있는 서비스 운영을 담보하려는 취지다.
국회에선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후속 입법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1일 시행된 개정 게임산업법은 확률 표시 의무 위반 시 손해배상 특례와 입증책임 전환 등 강력한 이용자 보호 장치를 도입했다. 업계의 자율규제 한계를 보완한 조치다. 분쟁 발생 시 사업자가 고의·과실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이른바 ‘컴플리트 가챠’ 전면 금지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재발의 했다. 컴플리트 가챠란 게임 내 여러 개의 랜덤 수집품을 모두 모아야 희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확률형 아이템 판매 방식을 말한다. 일부 수집품에 극도로 낮은 확률을 부여해 과도한 과금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그간 제기돼왔다. 일본에선 2012년부터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국은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가 폐기됐다.
산업 진흥을 위한 법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게임 경품 규제 완화다. 현행법에선 게임 플레이 보상을 현물로 지급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과거 ‘바다 이야기’ 논란의 여파다. 여야는 규제 완화에 대체로 공감하되 현금성 환전 허용 여부 등 세부에서 시각차를 보인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품 제공 원칙 허용을 내세운 개정안을 발의했고, 앞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도 유사 취지의 법안을 냈다. 확률형 아이템과 연계한 경품이나 암호화폐·대체불가토큰(NFT) 제공 등은 금지해 사행성 우려를 차단하는 장치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동·청소년의 게임 접근성을 높이려는 흐름도 뚜렷하다. 전체이용가 게임에 한해 본인인증·법정대리인 동의 의무를 면제하는 다수 법안이 상정됐다. 민형배, 강대식, 김성원 의원 등이 비슷한 내용을 발의했다. 업계는 장벽 완화 효과를 기대한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