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가 순직한 해양경찰 이재석 경사 사고 경위와 관련해 해경 내부가 아닌 외부 독립 기관에 조사를 맡겨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사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동료 경찰로부터 윗선에서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내부 조사만으로는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외부 독립 기관을 통한 조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또 “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초동 대처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나 늑장 대응이 없었는지도 재차 점검하라고 했다”며 “구체적인 조사 주체나 방식은 논의 중이지만, 유가족과 동료들이 억울함을 겪지 않도록 사건의 진상을 엄정히 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김 청장은 이날 오후 늦게 언론에 배포한 공식 입장을 통해 “순직 해경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님의 말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사건의 진실규명과 새로운 해양경찰에 도움이 되고자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순직한 이 경사 동료들은 진실 은폐 의혹 등을 폭로했다.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이 경사가 숨질 당시 함께 당직 근무를 한 동료 4명은 이날 인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영흥)파출소장이 파출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뒤로 저희 팀원과 비상 소집된 다른 팀원들을 불러 (인천해경)서장 지시사항이라는 내용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동료는 서장으로부터도 사건에 대해 함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직 팀장이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들은 “팀장은 휴게시간을 마치고 컨테이너로 복귀했는데도 이 경사의 상황을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며 “드론 순찰 업체로부터 신고를 받고서야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 당시 해양경찰청 훈령에 따라 순찰차 탑승 인원을 2명 이상으로 규정한 2인 1조 출동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사가 구조 과정에서 추가 지원을 요청했는데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무전 내용 등도 공개됐다. 또 직원들에게 규정보다 많은 휴게시간을 같은 시간대에 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광진 인천해경서장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진실 은폐는 전혀 없었다”며 “진상조사단 등에서 철저히 조사하는 것에 적극 협력하고 이외 법적 조치 등으로 모든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료들의 기자회견 이후 인천해경서에서는 이 경사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중부해경청장장으로 엄수된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해양경찰관 등 1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인천=김민 기자, 윤예솔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