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15일 출국하면서 “국익에 부합하고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귀국한 지 하루 만에 통상 협상 당국자가 릴레이 방미길에 올랐다.
여 본부장은 김 장관에 이어 미국을 찾게 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상황이 급박하다기보다 정부가 전방위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균형적이고 공정한 협상 결과를 만들기 위한 지난한 협상의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관세 후속 논의 과정에서 농산물 개방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에 대해선 “농산물 신규 개방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여 본부장은 미국 측 협상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나 관세 협상 관련 후속 조치를 논의할 전망이다. 미국이 요구해온 디지털 규제 등 비관세 장벽 해소 문제와 농산물 검역 절차 이행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 본부장은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결과를 위해 과정상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한·미 통상 당국은 지난 8일 워싱턴DC에서 실무협의를 벌인 뒤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 간 장관급 회담을 이어갔다. 그러나 3500억 달러(약 49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 대상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통상 협상 과정에서 천문학적 대미 투자금을 미국 측이 현금으로 지급하길 요구하자, 외환시장 불안정성을 이유로 미국에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이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화 스와프는 양국이 정해진 환율로 일정 기간 통화를 주고받는 제도로 ‘외화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하다. 한·미 간 통화 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각각 300억 달러, 600억 달러 규모로 체결된 적이 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