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리우 “SF는 기술로 인간 존재 비추는 문학”

입력 2025-09-16 01:10
SF 문학의 젊은 거장으로 꼽히는 켄 리우가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첫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의 신체에서, 또 삶에서 기술 없이는 인류란 개념을 생각하기 힘듭니다. 친구와 소통할 때 전화기가 없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세요. 기술 없이 인간이란 존재를 온전하다고 생각하기 힘든 시점이 왔어요.”

SF 문학의 젊은 거장으로 꼽히는 켄 리우(49)는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F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1년 발표된 ‘종이 동물원’으로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 등 세계적 권위의 3대 SF 문학상을 모두 받은 최초의 작가다. 지난 13일 열린 제1회 MCT페스티벌 참석차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리우는 SF 작가로서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기술의 발전이 워낙 빨라서 몇 개월 지나면 예측은 모두 틀려버린다”면서 “제가 하려는 일의 목적은 현대의 신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흔히 기술을 인간과 대치하거나 악한 요소로 정의하지만, 기술은 인간 본성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기술은 개인의 역량을 확장할 것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개개인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작품의 영감을 받는다. 그는 “현실의 마법사인 과학자에게 받은 자극에서 곧바로 이야기가 나오진 않는다”며 “독서와 산책, 친구와의 대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처럼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뜸 들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대 예술의 미래에 대해 “한때 카메라는 자연을 복사하는 기계 정도로 인식됐지만 카메라 덕에 더 많은 예술 장르가 생겨났다”면서 “장기적으로 새로운 매체,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생겨나서 AI 없이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내게 될 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11세 때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리우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로 일했고,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래머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그는 “글 쓰는 일 자체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어서 작가가 됐다”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걸 듣는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자 행복”이라고 말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