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 윈도우 10의 기술 지원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내 이용자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윈도우 10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윈도우 11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이용자들이 업그레이드를 거부하고 여전히 윈도우 10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보안 업데이트·기술 지원이 끊기면 다량의 개인용 컴퓨터(PC)가 사이버 공격과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MS는 다음달 14일부터 윈도우 10 서비스 지원을 종료한다. 이후로는 보안·기술 업데이트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서비스 종료된 OS는 신규 개발되는 악성코드나 랜섬웨어같은 사이버 공격에 취약해진다.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윈도우 11로의 업그레이드다. 문제는 상당수 이용자들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통계 업체 스탯카운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윈도우 11의 MS 시장점유율은 49.08%에 그쳤다. 윈도우 10(45.53%)과 큰 차이가 없고, 윈도우 7 등 구형 OS를 합하면 오히려 윈도우 11이 밀린다. IT업계 관계자는 “신규 출하되는 PC에 자동으로 윈도우11이 탑재돼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이용자의 업데이트 거부율은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구식 OS를 놓지 않는 주요 이유는 관성과 호환성이다. 특히 자체적인 기술 역량이 떨어지는 소상공인·중소기업에서 이런 경향이 크다. 전용 코드나 프로그램이 새 OS와 충돌할 경우 이를 유지·보수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모바일 경험을 중시한 윈도우 11 특유의 인터페이스도 이용자 반감을 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나치게 높은 하드웨어 요구 사양도 이용자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중앙처리장치(CPU)만 해도 윈도우10은 1㎓(싱글코어) 정도만 요구하지만, 윈도우 11에서는 해당 사양이 1㎓의 듀얼코어로 상승했다. 램은 1GB에서 4GB로, 저장공간은 16GB에서 64GB로 최소 요구사항이 4배씩 올랐다. 이런 하드웨어 사양을 갖추지 못한 PC의 경우 애초 물리적으로 업데이트가 불가능한 것이다.
현 상태에서 업데이트 지원이 종료돼 보안에 허점이 생긴 PC가 급증할 경우 ‘좀비PC’ 대량 발생 우려도 커질 수 있다. MS가 외부 침입을 막을 보안 프로그램을 더이상 제공하지 않으니, 해킹에 취약한 상태로 방치되는 것이다.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도 지난 4월 “윈도우10 기술 지원 종료에 따라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제로데이’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혼란 상황에 대비해 전담반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과기정통부의 ‘윈도우10 기술지원 종료대응 종합상황실’은 각 기관에 윈도우 11으로의 업그레이드를 권장하고 서비스 종료 이후 혹시 모를 보안 사고에 대비해 전용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