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과 여당의 사법부 흔들기 지나치다

입력 2025-09-16 01:30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윤웅 기자

지금 벌어지는 여권의 전방위 사법부 압박은 삼권분립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사법부 수장에게 물러나라고 연일 몰아세우는가 하면, 이미 내란 재판이 진행 중인데 새 재판부를 설치하자는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그제 여당 소속 법사위원장에 이어 15일엔 정청래 대표와 주요 당직자, 중진 의원까지 나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그를 탄핵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요구뿐만 아니라, 김건희특검과 순직해병특검 사건을 위한 국정농단전담재판부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례 드문 이런 압박은 사법부나 재판의 독립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만 그런 게 아니다. 어제 대통령실은 조 대법원장 거취에 대해 “대통령실 입장은 없다”면서도 “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사퇴 요구 이유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일련의 움직임은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여권이 사법부마저 여권의 입김 하에 두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는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정신을 훼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소불위의 선출 권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돼야 한다. 게다가 사법 수장 교체나 전담재판부가 향후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이나 여당이 주도한 세 특검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여권으로선 더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여권이 이러는 배경에는 대법원이 대선 때 이 대통령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있는 판결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서울지법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는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치 판결’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 정신이나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일을 벌이는 것은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꼴일 수 있다. 게다가 사법부 스스로의 자정 차원에서라면 모를까 제3자 격인 여권이 사법 흔들기에 나서는 것은 또 다른 재판 개입이자 ‘정치 판결 유도’로 비칠 수 있다.

이런 식의 사법 길들이기는 중단돼야 한다. 대법원장이 사퇴하지 않고, 새 재판부가 생기지 않더라도 지금까지의 압박만으로도 이미 재판부나 판사들에게는 큰 부담이 됐을 수 있다. 만약 여권이 여기서 더 나간다면 자칫 사법부의 거센 반발을 부를 수 있고, 향후 어떤 재판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적 시비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