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전부터 자신했던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 및 가자지구 전쟁) 종전’이 이뤄지기는커녕 더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가 그렇게나 자신만만해하던 두 전쟁의 종식은 멀어지는 양상”이라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개인적 친분이 깊은 그가 두 나라를 제대로 압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압박 수단을 갖고 있음에도 푸틴과 네타냐후에게 ‘미국의 진짜 의도’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평화의 중재자”라고 외쳐 왔지만 유독 러시아와 이스라엘에 대해선 외교·군사적 압박 행사를 꺼렸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푸틴과 트럼프가 알래스카에서 만나 휴전 논의를 하는 와중에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맹폭했고, 이스라엘은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까지 미사일로 공격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최근엔 러시아 드론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루마니아 영공을 잇따라 침범했는데, 이는 실수가 아니라 계산된 도발이라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나는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용의가 있지만 유럽도 내가 하는 조치에 상응하도록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 종식을 위해 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할 의향을 밝힌 것이지만, 유럽 내 친러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 전체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남겼다.
외교 전문가들은 “당초 푸틴 및 네타냐후와의 개인적 관계만 믿고 일대일 협상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여긴 게 잘못된 발상”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는다.
유럽정책분석센터의 알리나 폴리아코바 소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정복 야망은 미국 대통령이 굴복시킬 수 없는 지속적 의지”라며 “아무리 개인적 영향력을 행사해도 전쟁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WSJ는 “관세 전쟁에선 미국이 내세우는 조건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면 엄청난 보복을 퍼붓는 것과 달리 트럼프는 러시아와 이스라엘에 대해선 어떠한 제한도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