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 특히 주력인 수출 제조업의 경우 미국발 관세 대응은 발등의 불이다. 다만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터라 감내를 해야 할 부분이다. 관세전쟁과 경기침체에 짓눌린 기업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 국회의 입법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여서 씁쓸하다.
어제 발표된 정부의 노동안전종합대책은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담았다. 연간 3명 이상 사망할 경우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건설사 영업정지 요청 요건도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산재와의 전쟁’을 뒷받침하고 있다. 후진국형 산재를 줄이자는 데 반대할 이는 없다. 문제는 처벌 만능주의가 해답인가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3년간 산재 사망자 수는 줄지 않았고 재해자 수는 시행 전 12만명대에서 지난해 14만명대로 크게 늘었다. ‘산재와의 전쟁’ 이후에도 코레일, 대형 건설업체 등 민간·공공을 가릴 것 없이 산재 사망이 속출하고 있는 건 무얼 의미하나.
입법안도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한 상법 개정안에도 기업들은 아우성인데 여권은 그 대상을 ‘근로자’까지 넓히는 또다른 개정안을 발의했다. 근로기준법을 5인 이상 사업장에서 4인 이하까지 적용하는 개정안도 나왔다. 이 판국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라며 기업에 혁신적인 경영 마인드와 신사업 선점 노력을 당부할 수 있겠나.
약자를 위한 선의의 정책과 법안이 정작 경제에 해를 끼친 사례는 많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임대차 3법이 대표적이다. 건설업에 채찍만 가하는 사이 계약 대비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액은 28년 만에 최장 기간(15개월) 감소했고 고용도 16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현실에 대한 통찰 없이 기업에 희생과 양보만 강제하면 경기 회복, 경쟁력 강화는 언감생심이다. 인센티브 제공, 규제 개선 등 병행도 필요하다. 관세에 치이는 기업에 국내에서만이라도 정부·여당이 힘을 실어주는 게 그리 어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