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여년 전 일제강점기에 수기로 작성된 종이 지적도는 6·25 전쟁, 도시 개발을 거치며 실제 토지 이용 현황과 불일치하는 ‘지적불부합지’를 많이 유발했다. 이로 인해 국민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기고 이웃 간 분쟁까지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2012년부터 지적 재조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토지정보등록부(지적공부)를 실제 토지 현황과 일치시키기 위해 조사·측량해 디지털 지적으로 전환하는 국가 사업이다. 단순히 측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지역 발전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기도 포천시 신읍동은 6·25 전쟁으로 토지 문서가 대부분 소실돼 지적도와 실제 경계가 불일치하는 토지가 많았다. 이로 인해 20년 이상 재산권 행사의 제약을 받았으며 사업 전에는 인허가와 토지 거래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적 재조사 사업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자 건물 신축과 토지 거래가 활성화돼 지역 경제의 기반을 마련했다. 충남 보령시 성주면 탄광촌 사례도 비슷하다. 폐광 이후 급격한 쇠락을 겪던 이 지역은 1950년대 탄광 사택 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불규칙한 토지 형태와 소유권 불일치 문제가 심각했다. 하지만 지적 재조사 사업으로 주민의 재산권 분쟁이 해소되고 노후 주택 정비 기반이 마련되면서 지방소멸 위기에 있던 폐광 지역에 활력을 되찾아주는 기반이 됐다. 이처럼 지적 재조사 사업은 잘못된 토지 경계를 바로잡아 소송을 줄이고 맹지를 해소해 토지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인천국제공항 건설 사업은 지적 재조사 사업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공항구역 확장을 위해 8년간 해결되지 않던 토지 민원이 지적재조사사업특별법을 적용한 결과 단 7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1600여 필지의 복잡한 경계 문제와 맹지 등이 한 번에 해결되면서 국가 인프라 사업의 추진력을 높였다. 이는 지적 재조사 사업이 단순히 개인의 토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음을 입증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성남시장 재직 당시 4년(2013~2016)간 지적 재조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수정구 가마절지구 등 1826필지의 토지 경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이 사업이 국민의 재산권 보호와 도시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적 재조사 사업의 박차를 가하고자 한국국토정보공사를 책임수행 기관으로 지정해 2030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사업 완료율은 35%에 불과해 추진력 제고가 필요하다. 지적 재조사 사업이 완성되면 국민의 재산권이 안전하게 보장되고, 토지 이용 가치가 높아지며, 공공 인프라 구축이 빨라지는 등 지역 발전이 촉진될 것이다.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지역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성장 인프라인 지적 재조사 사업이 하루 빨리 완성될 수 있길 희망한다.
어명소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