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몸은 말하고 있었다

입력 2025-09-16 00:29

“왼쪽 가슴에 뭔가 만져졌어요.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암이라 하더라고요.” “생리가 없어져 편했는데 자궁에 혹이 자라고 있었대요.” “소화가 잘 안 되는 줄 알았지, 난소암인 줄은 몰랐습니다.”

암은 조용히 다가온다. 특히 여성의 경우 몸이 작은 단서를 흘려도 익숙함에 가려 놓치기 쉽다. 유방암 난소암 자궁암이 그렇다. 초기에 눈에 띄는 증상이 없거나 평소 겪던 증상과 헷갈리는 경우가 적잖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다. 발병 전 위험을 감지하고 조기에 방향을 바꾸도록 돕는다. 이 변화의 중심에 예측의학이 있다. 예측의학은 몸이 보내는 수많은 정보를 모아 발병 전 신호를 읽고 언제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접근이다.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 암 중 발생률이 가장 높다. 특히 국내에선 40~50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가장 흔한 증상은 멍울이다. 하지만 단단하거나 통증이 없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유방암은 초기에 자가검진이나 영상검사로 발견하면 완치율이 90%를 넘기도 하나 정기검진을 미루거나 자각 신호를 놓치면 치료가 어려워진다.

유방암의 위험 요인으로는 가족력과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경우, 출산 경험이 없거나 늦은 경우와 호르몬 치료를 장기간 받은 경우, 비만과 고지방 식이, 음주와 야간 근무 등이 있다. 특히 BRCA1과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는 난소암 발병 위험도 커진다. 매월 자가검진을 하고 40세 이상이면 1~2년마다 유방촬영술을 받아야 한다. 때에 따라 초음파로 보완하는 것이 좋다. 체중을 조절하고 음주를 줄이고 고지방 음식을 피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 전략이다.

난소암은 여성 생식기 암 중에서 가장 조용한 암이다.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 배가 불편하거나 속이 더부룩하고 트림이 잦아지는 등의 증상은 흔히 위장 문제로 오해된다. 어떤 경우는 배란기 통증이나 생리 전후 복통과 비슷해 그냥 넘기기 쉽다.

난소암의 중요한 위험 인자는 가족력과 유전자이며 BRCA1과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은 난소암 위험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또한 출산을 안 했거나 첫 출산이 늦으면 배란을 반복하는 생식 주기가 많았던 것도 위험 요인이다. CA125라는 종양표지자가 난소암 진단에 사용되지만 생리나 자궁내막증 같은 양성 질환에서도 상승할 수 있어 단독으로는 조기 진단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가족력과 유전자 복부 증상, 호르몬 변화 등을 함께 분석하면 강력한 예측 도구가 된다. 가족 중 난소암이나 유방암 병력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고려하고 복부 팽만, 잦은 트림, 식욕 부진, 골반 통증 등이 지속하면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경구피임약 복용은 난소암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체적 이득과 위험을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폐경 이후에도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는 중요하다.

자궁암은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으로 나뉜다. 자궁경부암은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정기적인 국가 검진으로 조기 발견과 예방이 가능하다. 반면 자궁내막암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당뇨와 에스트로겐 과다 노출로 최근 급증하고 있다. 특히 폐경 이후 출혈은 자궁내막암의 중요한 경고다. 생리가 끝났는데 피가 비치거나 분비물이 섞여 나오는 경우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생리량이 갑자기 늘거나 주기가 급변하는 것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자궁경부암 검진은 20세부터 2년마다 세포 검사와 HPV 검사를 받으면 된다. 폐경 이후 출혈이 생기면 즉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체중 관리와 고혈압, 당뇨 등의 대사 질환을 잘 조절하는 것이 자궁내막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호르몬 치료 중이라면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내막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유방암 난소암 자궁암은 모두 여성 호르몬과 유전자, 생활습관이 복잡하게 얽힌 질환이다. 몸이 보내는 조용한 신호를 읽기 위해서는 단서들을 흘려보내지 않는 감각이 필요하다. 여성의 몸은 늘 말하고 있다. “나는 괜찮은 걸까”란 질문을 지금 던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