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 김 여사의 공천개입·매관매직 의혹 핵심 피의자인 김상민(사진) 전 검사에게 뇌물죄를 적용했다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혐의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수사 과정에서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김 여사에게 전달한 혐의에 대한 특검의 법리 적용이 바뀐 것이다. 특검은 김 전 검사의 신병을 확보한 뒤 추가 수사를 통해 김 여사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지난 8일 경남 창원에 있는 김 전 검사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뇌물 혐의를 기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이 화백 그림을 구입한 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뇌물로 전달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나흘 뒤인 12일 김 전 검사에 대한 A4 용지 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뇌물 혐의가 아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었다. 특검은 김 전 검사에게 청탁금지법을 적용하고 김 여사를 금품 수수자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백 그림을 전달한 시기는 2023년 2월 초로 추정했다.
문제는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해당 혐의로는 김 여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같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김 전 검사가 전달한 이 화백 그림의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무원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점,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 간 공범 관계가 성립돼야 한다는 점 등도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 특검은 김 전 검사를 일단 구속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기소 단계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화백 그림의 위작 논란도 변수로 꼽힌다. 앞서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위작’으로, 한국미술품감정센터는 ‘진품’으로 엇갈린 판정 결과를 특검에 냈다. 특검은 최근 제3의 미술감정기관에도 감정을 의뢰했으나 위작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액수가 3000만원을 넘으면 특가법상 뇌물 혐의가 적용돼 가중 처벌된다. 김 전 검사는 이 화백 그림을 1억2000만원에 구매했는데, 위작으로 판명될 경우 실제 가치가 떨어져 혐의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김 전 검사에 대해 “범행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상당하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형이 예상돼 도주 우려가 있다” “불리한 진술을 한 사건 관련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특검은 지난 7월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 장모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중 이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확보했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이 화백 그림을 김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한다.
박성영 구자창 이서현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