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부자가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오라클의 공동 창업자·회장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이 1995년 스미스소니언 재단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30년 전처럼 81세가 된 올해 초에도 그는 세계 최고 부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엘리슨 CTO가 보유 지분 가치 급등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고 보도했다.
1944년생인 엘리슨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다른 가정에 입양되는 등 어린 시절이 순탄치 않았다. 유대인 양아버지인 루이스 엘리슨은 어릴 적 그에게 ‘너는 쓸모없는 놈이야’와 같은 말을 반복해서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폭언에 주눅 들지 않았다고 2020년 온라인 매체와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엘리슨 CTO는 “(양아버지가) 내게 상당한 영향을 줬다”며 “화재가 누군가를 파멸시키지 못하면 결국 사람을 더욱 단련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두 번 중퇴했다. 일리노이대에 입학했지만 양어머니 사망으로 학업을 중단했고, 이후 시카고대에 입학해 물리학과 수학, 컴퓨터 설계를 공부했으나 한 학기 만에 다시 중단했다. 이후 비디오·오디오 장비를 개발·판매하는 암펙스(Ampex)에서 일하며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관련 역량을 쌓았다. 암펙스에서 만난 동료 두 명과 함께 1977년 데이터베이스 관리 회사인 SDL(Software Development Laboratories)을 설립한 것이 지금의 오라클이 됐다.
그는 2014년에 오라클 CEO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회장과 CTO 역할을 맡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 “엘리슨은 AI 강자로 거듭나면서 기술 업계의 ‘위대한 생존자’로 입지를 굳건히 했다”고 평가했다.
엘리슨 CTO는 90년 오라클을 파산 직전까지 몰았던 회계 스캔들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라이벌인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점을 파헤치기 위해 사립 탐정을 고용한 일 등으로 ‘실리콘밸리의 악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치스러운 일본식 자택과 스포츠카, 대형 요트 등을 소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