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상사맨’이라고 하면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을 들고 세계시장을 누비는 무역인이 연상됐다. 하지만 무역 환경과 유통 시스템 등이 급격히 바뀌면서 종합상사도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무역업무뿐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부터 친환경차 부품, 이차전지 소재, 식량 등을 두루 다루는 종합사업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최대 종합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탈바꿈 중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에너지 사업을 키우면서 식량과 친환경차 소재를 핵심 신사업으로 밀고 있다.
지난 10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의 충남 천안공장을 방문했다. 이 공장은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해 친환경차가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구동모터코어를 생산하는 곳이다. 전기차를 예로 들면 구동모터코어는 인버터(전기 변환장치)·감속기와 합쳐져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오후 2시쯤 들어선 공장 내부는 쿵쾅 거리는 기계음으로 가득했다. 두께 0.25㎜의 전기강판이 기계 안으로 들어가자 육중한 프레스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타발(강판을 일정 형태로 찍어냄) 과정을 진행했다. 차종에 맞는 모양으로 펀칭된 낱장의 강판은 프레스 내에서 400~500장씩 쌓여 구동모터코어의 형태를 갖춰갔다.
천안공장은 요즘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4조 3교대로 한 달 내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최근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으며, 최근에도 북미 지역 전기차 업체와 300만대 규모의 구동모터코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강점은 기술력이다. 기존 0.37㎜ 두께의 전기강판이 사용되던 것을 0.25㎜ 수준까지 낮췄다. 강판 두께가 얇을수록 모터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자기장 강도를 극대화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엠프리(EMFree) 기술도 개발했다. 접착제를 뿌려 겹겹이 쌓는 방식인 엠프리 방식은 기존에 얇은 철판에 있는 돌기를 서로 연결해 접착하는 엠보(EMBO)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은 높이고 소음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자체 기술로 구축된 자동화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금형 설계, 제작 본딩 적층, 자동화 라인 개발 등 전 공정이 자동화 설비로 이뤄지고 있었다. 공장 외벽엔 건물 내외부 온도를 확인하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는데, 직원들은 공장 내부 온도가 이슬점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자동화를 통해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지속 생산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2030년까지 구동모터코어 판매를 750만대 이상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최기오 코아사업실 사업지원 그룹장은 “멕시코 공장을 통해 북미를, 폴란드 공장으로는 유럽 시장을 공략해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