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 발목 잡는 맹꽁이… 강제 이주 쉬워진다

입력 2025-09-15 02:05
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는 ‘맹꽁이 신속 이주’ 대책이 포함돼 있다.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가 수도권 주택공급의 핵심축인 3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견되며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잦았던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택공급 속도전과 생태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9·7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공공택지 사업속도 제고’ 방안 중 하나로 맹꽁이 신속 이주 대책을 포함했다. 3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맹꽁이를 현실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대체서식지 조성 기준을 유연화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에는 사업지구 내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토록 했으나, 규제를 개선해 사업지구 밖에도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

맹꽁이는 3기 신도시 개발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멸종위기 맹꽁이는 법정 보호종인 야생생물 2급으로 야생생물 보호법 제14조에 따라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받는다. 맹꽁이 서식지는 대부분 저지대 습지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도심 주변 개발되지 않은 땅이 맹꽁이의 주요 서식지다. 경기 하남 교산, 부천 대장,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 부지에서 자주 발견됐다.

부지 조성 중 맹꽁이가 출현하면 해당 구역 공사가 중단되고 개체 수 등 현황을 파악하는 조사가 진행된다. 이후 맹꽁이들을 포획해 지구 내 임시로 마련된 대체서식지로 옮기는 작업이 이어진다. 스트레스로 인한 개체 수 감소 우려가 있어 포획은 세심하게 이뤄진다. 맹꽁이가 임시 대체서식지를 벗어나지 않도록 안전펜스 등을 설치하고, 공사 동선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사업지구 내에 맹꽁이가 서식할 수 있는 인공 습지나 생태공원이 조성되면 맹꽁이들을 다시 포획해 옮기는 작업이 진행된다. 그 이후에 빈 서식지 구역에 대한 공사가 시작되는 식이다.

사업지구 내에 대체서식지를 마련하면 맹꽁이 포획과 이주가 각 두 차례씩 이뤄진다. 그만큼 공사 기간이 길어진다. 계획을 수립하고 포획·이주하는 데 총 5~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필요한 경우도 있다.

대체서식지를 사업지구 내에 조성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식지로 발견된 곳이 맹꽁이가 살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뜻이므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맹꽁이가 발견되면 지구 내 대체서식지를 마련하라는 의견이 나올 때가 많다. 하지만 사업지구 밖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면 포획·이주가 각 한 번으로 줄어든다는 게 이점이다. 서식 환경이 달라지지만 ‘강제 이주’를 2번씩 겪는 맹꽁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여 개체 수 감소를 막는 효과도 기대된다. 공사 기간 연장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맹꽁이 신속 이주대책을 비롯해 퇴거 불응자에 대한 금전적 제재 등 이주 촉진 방안, 철거공사 관련 규제 개선 등 대책을 종합적으로 시행하면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인허가·보상 마무리 지구의 사업 기간을 6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