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역전될 전망이다. 14일 한국과 대만 양국의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3만7430달러로 예상돼 대만의 3만8066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GDP뿐 아니라 월별 수출도 지난달 처음으로 대만이 우리를 앞질렀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대만의 2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여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대만의 고속 성장과 한국의 경제 부진이 교차한 데 따른 것인데 수출 주도 성장, 안보 환경 등 여건이 유사한 양국의 경제 성적이 이처럼 상반된 것은 우리로서는 뼈아프다.
상반기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선 대만의 1인당 GDP가 내년이나 돼야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시점이 금세 한 해 더 당겨졌다. 배경에는 대만 경제의 질주가 있다. 올해 2분기 대만의 실질 GDP는 지난해 동기 대비 8.01% 증가해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만의 8월 수출액은 34%나 급등하며 역대 최대인 584억9000만 달러를 기록, 처음 한국 수출액(584억 달러)을 추월했다. 이에 대만 당국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0%에서 4.4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빚을 내고, 소비쿠폰 발급 등 퍼주기에 나서도 2분기 GDP 증가율 0.6%, 올해 성장률 전망치 0.9%인 우리로서는 대만 성장세가 부러울 따름이다.
대만은 우리보다 글로벌 관세 전쟁 타격에 더 취약한 구조다. 대만은 지난해 GDP 대비 수출 비중(60%), 대미 수출 순위(6위)가 우리(36.3%, 8위)보다 위다. 대미 상호 관세도 20%로, 15%로 정해진 우리보다 불리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3%가량 감소한 우리와 달리 대만의 1~7월 대미 수출은 이미 지난해 한 해 실적을 웃돌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분야의 선점 효과를 통해 외부 악재를 극복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업체 TSMC를 필두로 패키징, 설계, 후공정 등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고히 세우며 글로벌 AI 붐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중이다.
반면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중심의 수출에 안주하며 미래 경제 대비에 소홀했다. 여기에 정부·정치권의 지원 노력도 미흡했다. 우리가 정쟁으로 제대로 된 ‘반도체 특별법’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인프라 확충도 소홀한 사이 대만은 첨단 산업 중심지에 예산 20조원 투입, TSMC에 농업용수 우선 공급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 여당은 이 와중에 노란봉투법·법인세 인상 등 반기업법 폭주에 여념이 없다. 이러고도 대만에 앞서길 바라나. 경제 체질 개선과 혁신을 등한시하면서 민·관·정의 협력도 미진한 게 현재 한국 경제의 실상이다. 대오각성이 없다면 대만과의 격차를 좁히기는 영영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