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32)의 사촌은 2021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가 비보를 접한 건 1년이나 지난 뒤였다. 유족 누구도 비통한 죽음을 A씨에게 전하기 어려웠다. 갑작스러운 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체가 어려웠다. A씨는 14일 국민일보에 “지금도 가족 모임에 가면 사촌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사촌형의 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살을 경험한 유족은 극심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등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이 22배 높은 고위험군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이들을 돕기 위한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를 매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자살 유족 10명 중 4명이 서비스를 거부하면서 실제 서비스 동의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 지원사업 운영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 대상이 된 유족 5418명 가운데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63.6%(3443명)에 그쳤다. 이는 유족의 72.6%(3643명)가 서비스를 받은 2023년에 비해 9% 포인트 감소한 규모다. 유족의 69.2%(1764명)가 서비스를 이용한 2022년과 비교해도 5.6% 포인트 줄어든 비율이다.
이 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살 사망 사고를 겪은 유족에게 동의 절차를 거쳐 심리·경제 지원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9개 시·도가 참여했고, 복지부는 올해 12곳을 거쳐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 지난해 자살 유족은 최대 14만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자살 사망자가 지난해 1만4588명이었는데 학계에선 사망자보다 최대 10배 많은 사람들을 유족으로 본다.
자살 사망자와 유족을 향한 사회적 낙인이 원스톱 서비스 참여에 장애물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살 사망자와 유족을 향한 “무책임하다” “이해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이 유족을 움츠리게 한다는 것이다. 강명수 한국자살유족협회장은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부고를) 남에게 알리지 않거나 아예 장례식을 치르지 않는 가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족의 사회적 고립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자살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떠올리고 싶지 않고 주변에 이야기하길 회피하는 건 유족의 당연한 반응이지만 방치하면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이 크다”며 “원스톱 서비스를 홍보하고, (유족의) 상처를 위로하고 애도해주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