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면서 친해져” 민주당 투톱 악수… 당·정·대 휴일 회동

입력 2025-09-15 00:03 수정 2025-09-15 00:03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만찬 회동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정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김 원내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개혁 입법을 둘러싸고 여권 내 잇단 갈등이 불거지자 당·정·대는 휴일인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봉합에 나섰다. 최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특검법 합의안 파기 사태로 강하게 충돌했고, 앞선 7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개혁안을 두고 정 대표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간 설전도 있었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가 예정에 없던 만찬을 제안하면서 ‘갈등 당사자’가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연이은 잡음으로 강성 당원의 지도부 비토 정서가 강해지며 집권여당 리더십이 흔들리자 ‘원팀’ 그림을 연출해 지지층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읽힌다.

회동에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 수석, 정부 측 김 총리, 여당에서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김 총리를 사이에 두고 환하게 웃으며 악수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를 보며 “부부나 형제는 다 싸우면서 친해지는 것”이라며 “아무것도 없는 게 위험한 것이다. 부부싸움 안 하나”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정 대표는 회동에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당대표에게 있다”며 “당·정·대는 완전한 내란 종식, 이재명정부의 성공, 한 방향을 보고 차돌처럼 단단하게 원팀·원보이스로 간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정·대는 항상 긴밀하게 소통하고 화합하며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면서 “동시에 정국 현안에 대해 긴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투톱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내홍의 시작은 지난 11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한 3대 특검법 때문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사전상의 후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입장이었지만 강성 지지층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만 쏠리자 당 지도부에 배신감을 느끼고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마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조직과 내란 진실 규명을 어떻게 맞바꾸느냐. 원치 않는다”고 밝히면서 김 원내대표는 고립무원 처지가 됐다. 이를 두고 여의도에서는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대표가 지난 11일 “부덕의 소치”라며 먼저 사과했고, 김 원내대표는 전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번엔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뒤늦게 김 원내대표를 겨냥한 목소리를 냈다. 추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나친 성과 욕심에 점검해야 할 것을 놓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특검법은 교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당과 진지하게 해야 했다”고 비판하며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검찰개혁 후속 작업 논의 중 정 대표와 우 수석이 갈등을 빚는 등 개혁 입법을 두고 당·정·대 간 엇박자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불협화음 배경으로 선거판을 흔들 정도로 막강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꼽는다. 실제 대야(對野) 공세 등 강경 언행을 서슴지 않는 의원 면면을 보면 차기 국회의장이나 내년 6·3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개딸’의 눈치를 보며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는 의원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원 최승욱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