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축구 전설들이 올해 2회째인 아이콘매치를 맞아 서울 상암벌에 모여들었다. 게임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출전 명단에 팬들은 물론 경기에 나선 선수들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비수 위주의 실드 유나이티드가 공격수 중심의 FC 스피어를 상대로 2년 연속 승리를 가져갔다.
실드 유나이티드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아이콘매치: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 메인 매치 FC 스피어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지난해 4대 1 승리에 이어 2연승이다.
국내 게임사 넥슨이 주최하는 아이콘매치는 지난해 처음 선보였다. 호나우지뉴(브라질), 티에리 앙리(프랑스), 스티븐 제라드(영국) 등 시대를 풍미한 축구 스타들이 펼치는 올스타전 성격의 경기다. 올해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축사를 맡고, 전설의 심판 피에를루이지 콜리나(이탈리아)가 주심을 맡았다. 세계적 명장인 라파엘 베니테즈(스페인)와 아르센 벵거(프랑스)가 각각 실드 유나이티드와 FC 스피어의 감독으로 합류했다.
경기 초반 팽팽한 흐름을 보이며 전반전은 득점 없이 끝났다. 균형을 깬 건 FC 스피어였다. 후반 27분 웨인 루니(영국)가 박스 바깥에서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실드 유나이티드가 반격에 나섰다. 후반 37분 이영표의 크로스를 받은 마이콘(브라질)이 절묘한 헤더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박주호가 역전 주인공이었다. 후반 43분 박스 안에서 욘 아르네 리세(노르웨이)의 패스를 받아 침착한 칩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박지성은 이날 선발로 출전해 60분 동안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전반전 막판 이영표와 볼을 다투는 모습으로 과거 EPL 시절 두 선수의 대결을 떠오르게 했다. 선수 은퇴 뒤 무릎 문제로 경기에 나서지 않던 박지성은 지난해 경기 후반 교체 멤버로 출전해 5분 정도 소화했다. 당시 짧은 시간에도 그라운드에 선 박지성을 다시 만난 팬들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화려한 라인업이 완성됐다. 경기장은 6만4855석 전석 매진됐다. 전날 진행된 이벤트 매치에도 수많은 팬이 몰렸다.
나이 들어 체력이나 기량은 과거만 못했지만 시대를 함께한 전설들을 보며 팬들은 저마다 축구 향수에 젖었다. 김민성(32)씨는 박지성의 이름이 새겨진 2002 한일월드컵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 김씨는 “지난해 아이콘매치에서 박지성의 등장에 그의 유니폼을 입은 팬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며 함께 울컥했다”며 “이번엔 박지성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직접 티켓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은정(35)씨는 “올해 출전 명단을 보면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레전드가 늘었다”며 “TV에서만 봤던, 이제는 영국에 가도 볼 수 없는 이들을 한국에서 보게 돼 믿기지 않는다”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유니폼을 맞춰 입은 부자(父子) 팬도 여럿 눈에 띄었다.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EPL 아스널 유니폼을 입은 강태호(38)씨는 “2004년 아스널의 무패 우승은 평생의 추억”이라며 “올해 당시 감독이었던 아르센 벵거가 사령탑으로 참가했다. 앙리와 지우베르투 시우바, 솔 캠벨, 애슐리 콜까지 당시 우승 멤버를 한자리에서 보다니 꿈만 같다. 아들에게 아스널의 피를 물려주고 싶어 데리고 왔다”며 활짝 웃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