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MSCI 선진국 편입 발목 잡히나

입력 2025-09-15 00:41

정부의 금융 감독 체계 개편안에 포함된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이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선진국 시장’ 편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 증시의 MSCI 지수 선진국 시장 편입은 정부가 코스피를 끌어올리기 위해 오랜 기간 추진해온 숙원 사업이다.

14일 MSCI의 ‘2025 세계 시장 접근성 리뷰(Global Market Accessibility Review)’ 보고서를 보면 이 기관은 정부의 개입 이력과 외국인 투자 제한 수준을 자유 시장 체제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증시 개입 사례를 토대로 외국인 투자자가 차별적 조치를 받을 위험이 있는지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금감원이 공공기관이 될 경우 MSCI는 한국 증시에 대한 과거 공공 부문의 개입 사례를 더욱 세밀하게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이 된 금감원의 증시 개입 및 외국인 투자자 차별 가능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금융권에 많이 개입한다는 인식이 세계 기관 투자가 사이에서 이미 널리 퍼져 있다”면서 “정부가 공공기관이 된 금감원을 이용해 금융사의 팔을 더 많이 비튼다면 한국 증시의 MSCI 지수 선진국 시장 편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MSCI 지수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 펀드 등 주요 기관 투자가가 투자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대표 벤치마크(기준점)다. 수백조원을 굴리는 주요 연기금의 경우 안전성을 최우선시해 투자 대상을 선진국 시장으로 제한하거나 신흥국 시장은 감점하는 등 페널티를 둔다.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큰손’의 투자금을 끌어올 수 있어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난다. 2010년 5월 선진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이스라엘 증시는 편입 직후 거래가 급증했다.

금감원을 지금처럼 민간 기구로 두라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 사항이기도 하다. IMF는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금융 감독 기구를 일원화한 뒤 자율성을 부여해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유했다. 이에 따라 김대중정부는 99년 한국은행 산하에 있던 은행감독원 및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을 통합해 현재 모습의 금감원을 출범시켰다. IMF는 2017년 한국 경제 평가 보고서에서도 금융 감독 기구의 독립성을 더 키우라고 권했다.

정부의 금융 감독 체계 개편에 따른 여진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금감원을 단순히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재 권한까지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감원장 전결 사항인 금융사 임원 문책 경고와 직원 면직을 금감원 상위 단체인 금융감독위원회 의결 사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안에 있는 분쟁조정위원회를 금감위로 옮기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옥 등지에서 상복(喪服) 집회를 하던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주부터 국회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공공기관 지정 반대 시위를 할 예정이다. 총파업도 고려하고 있다. 해체 기로에 선 금융위원회의 경우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성명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