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에도 항상 ‘매진’… “김동률 음악은 시대의 유산”

입력 2025-09-15 01:05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은 듀오 ‘전람회’, ‘카니발’ 등을 거쳐 솔로 가수로 활동하며 숱한 히트곡을 남겼다. 방송 등 외부 활동 없이 ‘신비주의’를 고수하면서도 공연을 열 때마다 어김없이 매진 사례를 기록한다. 뮤직팜 제공

세월이 흐르고 방송 활동이 드물어도 김동률(51)의 무대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오는 11월 열리는 단독 콘서트 ‘산책’이 예매 개시와 동시에 7만석을 모두 채우며 그의 변치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김동률의 공연은 늘 ‘피켓팅’(피 터지는 티켓팅) 끝에 매진 사례를 빚는다. 직전 공연인 2023년 ‘멜로디’ 콘서트에서 그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공연이 당연하게 매진되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티켓을 못 구해 화가 나신 분들이 써놓은 댓글을 보면 제가 마치 BTS나 임영웅 같더라. 다음엔 ‘주제 파악’을 잘해서 더 많은 분을 모시도록 하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했다.

11월 콘서트는 2년 전과 같은 장소인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1회차를 늘려 진행한다. 지난 4일 오후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수십만 명이 몰려 7회 공연이 순식간에 다 팔려나갔다. 김동률 팬 카페에서는 “나는 왜 김동률을 좋아해서 콘서트 때마다 이렇게 힘든 걸까. 갈수록 피케팅이 심해지는데 나는 늙어서 버벅대고 있다”고 푸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변함없는 인기가 놀랍고 특별한 이유는 그가 ‘극단적 신비주의’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MBC ‘김동률의 포유’나 KBS 2FM 라디오 ‘김동률의 뮤직 아일랜드’를 진행한 2005~2007년 이후에는 방송 활동이 거의 없었다. 윤도현, 유희열 등이 MC인 음악 프로그램에 간혹 출연하는 정도다. 수년에 한 번씩 여는 공연 홍보도 SNS 등에 개최를 알리고 예매 일정을 공지하는 게 전부다. 사생활 노출도 거의 없다.

뮤직팜 제공

충성도 높은 팬과 관객을 끊임없이 불러 모으는 요인은 음악성과 공연의 완성도다.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는 14일 “김동률은 자기만의 세계를 꾸준히 펼쳐 보이는 작가주의적 음악을 한다. 서정적인 노랫말과 멜로디는 보통 사람의 마음까지 감동시킨다”며 “그의 음악적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는 관객이 계속해서 음반을 사고 공연장을 찾는다. 김동률 음악은 시대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1993년 대학 친구 서동욱과 만든 그룹 ‘전람회’로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하며 가요계에 데뷔한 김동률은 ‘기억의 습작’ ‘취중진담’ 등의 명곡을 남겼다. 1997년 전람회 해체 이후 이적과 결성한 ‘카니발’ 시절 ‘거위의 꿈’ ‘그땐 그랬지’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솔로 가수로도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욕심쟁이’ ‘아이처럼’ 등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헤아릴 수 없는 히트곡은 대부분 김동률이 직접 작곡·작사·편곡했다.

음악 전문가들은 “9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라고 입을 모았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음반·음원 발매와 공연만을 통해 집약적으로 음악성을 보여준 것이 되레 충성도를 키운 요인”이라며 “김동률은 음악가이자 보컬리스트로서 독보적이고도 대체 불가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떠들썩한 활동 없이도 그의 명성은 이미 완성돼 있다”며 “K팝과 차별화된 음악으로 확실한 시장 지분을 갖고 있어 오래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