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농축 ‘美 사전 승인 폐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총력

입력 2025-09-14 19:06 수정 2025-09-14 19:07
윤병세(오른쪽) 전 외교부 장관과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2015년 11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원자력협정 발효식에서 협정서를 펼쳐 보이고 있다. 국민일보DB

정부가 우라늄을 미국의 사전 승인 없이 농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는 미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우라늄 농축이 가능해 원전 연료나 연구용으로 적시 활용이 어려웠는데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20% 미만으로 설정된 농축 비율의 상향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저농축해 연료로 써야 하는데, 지금은 미국 승인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며 “미국의 사전 승인을 없애는 것이 우라늄 농축 관련 협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자연 상태의 우라늄은 약 99.3%가 우라늄(U)-238로 구성돼 있다.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U-235 함량은 약 0.7%밖에 되지 않는다. 원자로에서 핵폭발 연쇄반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U-235 비율을 높이는 우라늄 농축이 필수다.

특히 원전 연료로 쓰이려면 U-235 함량을 3.0~5.0%까지 높여야 한다. 그런데 농축 시 미국의 사전 승인을 거치다 보니 과정이 지체되거나 필요한 시기에 농축할 수 없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반면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체결로 미국 승인 없이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

미국과 협상이 타결된다면 연료 확보가 적시에 이뤄져 원전을 보다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또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의 활용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연구용 원자로를 가동하려면 U-235 함량을 발전용보다 높은 5~20% 정도로 농축해야 한다.

다만 정부는 20%로 설정된 농축 비율 제한을 상향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U-235를 90% 이상으로 농축한 고농축우라늄(HEU)은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다. 이에 국제사회에선 핵무기화가 불가능한 20%를 기준으로 농축을 허용하되 핵확산금지조약(NPT) 등을 통해 감시·통제를 해 왔다. 발전 연료나 연구용으로 쓰기 위해서는 20% 농축 비율로도 충분하다.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도 일본처럼 미국의 별도 승인 없이 재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내기 위해 협상 중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이 포화 상태인 데다 재처리를 통해 연료를 재활용할 수 없어 원전 가동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선 플루토늄을 분리해낼 수 있다. 일본은 44t 이상의 플루토늄을 분리·보유해 발전용 연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