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싱크탱크, AI·기후위기 박사 전무”

입력 2025-09-15 01:37

“조사처에서 보고서를 내면 모든 부처에 난리가 나야 한다.”

이관후(사진) 국회입법조사처장이 두 달여 전 워크숍에서 직원에게 전했다는 당부다. 지난해 11월 임명돼 역대 최연소 조사처장(당시 48세)으로 주목받은 그는 올해 들어 적극적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6월 말엔 봄철 영남 지방을 휩쓴 대형 산불과 관련해, 지난달 28일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을 맞아 직접 취재진 앞에 섰다. 조사처장으론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두 보고서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도 종전의 조사처 업무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산불 보고서는 11개 유관분야 조사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팀이 3개월간 활동한 결과 탄생했다. 중대재해법 보고서를 위해선 법 시행 이후 3년간 쌓인 2500여건의 사례를 10개월에 걸쳐 전수조사했다.

지난 9일 국회도서관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이 처장은 “조사관 한 명이 이슈 하나를 맡아 보고서를 쓰고 평가까지 자체적으로 하는 것은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나 통용되던 방식”이라며 “날로 복잡해져가는 한국 사회에서 10년 전 방식으로 일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조직·분야 간 칸막이가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다.

국정감사에 앞서 해마다 펴내는 이슈 분석 보고서를 개편한 것 역시 형식보다 실효성이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 11일 조사처가 공개한 새 보고서는 분석 대상 이슈를 600개에서 300개로 줄였다. 또 특정 이슈의 현황을 단순 종합·정리하는 데서 나아가 예상 질의를 제시하는 형태로 변모했다. 이 처장은 “조사처의 역할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며 “그래야 한탕주의 국감을 벗어나 행정부로부터 좋은 답변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적 여건을 두고는 아쉬움을 표했다. 조사처 정원이 수 년째 동결된 탓에 새로 중요 현안으로 떠오른 문제를 전문성 있게 다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 “입법부의 싱크탱크인 조사처에 인공지능(AI)과 기후위기, 조선업을 전담할 박사 한 명 없다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