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알레르기, 섭취량 조금씩 늘려 반응 줄이는 면역치료 가능”

입력 2025-09-16 00:09

달걀은 우유, 땅콩과 함께 아이들에게 식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알레르기가 있으면 해당 식품을 조금만 먹어도 두드러기나 호흡 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나 생활에 큰 제약을 받고 부모 역시 늘 긴장 속에 지켜봐야 한다. 자칫 대처가 늦으면 ‘아나필락시스(급성 쇼크)’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원인 식품을 소량부터 시작해 점차 섭취량을 늘려가며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경구 면역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세헌 교수팀이 경구 면역요법의 치료 효과와 그 기전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장 교수팀은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3~12세 아동 1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섭취량을 점차 늘리는 증량기에는 개인에 따라 맞춤으로 정한 삶은 달걀흰자를 매일 섭취토록 했으며 정기적으로 평가하면서 매일 5% 또는 매주 25%씩 섭취량을 늘렸다. 이후 아이들은 주 4회 이상 하루 40g 이상의 달걀흰자를 섭취하는 유지기를 진행했고 그 결과 15명은 하루 최대 60g을 섭취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후 15명 중 무작위로 선정한 8명의 혈액 속 면역세포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급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조기 활성 CD4+ T세포’가 줄었으며 면역 반응을 감소시키고 조절 기능을 하는 ‘후기 활성 CD4+ T세포’와 ‘완전 활성 CD8+ T세포’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고 면역 균형을 유지하는 ‘자연 조절 T세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경구 면역요법이 식품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결과를 뒷받침하듯, 연구에 참여한 15명은 끝난 뒤에도 달걀흰자를 최소 10g 이상 27개월 이상 안전하게 먹을 수 있었다. 아울러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달걀 특이 항체(IgE)가 줄었으며 억제 역할을 하는 특히 항체(IgG4)는 증가하는 변화가 확인됐다.

장 교수는 15일 “경구 면역요법이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그치지 않고 면역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알레르기 반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아이와 부모에게 큰 짐이 돼 온 식품 알레르기 치료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시아태평양 알레르기·면역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