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이 14일 공식 출범했다. 전공의노조는 수련을 명분으로 근로시간이 주 88시간을 초과하는 등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전공의는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얻기 위해 수련병원에서 3~5년 정도 수련을 받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말한다.
전공의노조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발대식을 열고 “혹사의 대를 끊고 무너지는 의료를 바로잡고자 노조를 설립했다”며 노조 출범을 선언했다. 전공의노조는 출범 선언문에서 “전공의에 대한 혹사와 인권 박탈을 대가로 유지되는 의료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며 “우리는 더 이상 침묵 속에서 병원의 소모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청준 전공의노조 위원장(중앙대병원 전공의)은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전공의노조는 우리의 처우 개선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전공의 노동인권 보장이 곧 환자의 안전”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노조는 전공의들의 근로시간 단축, 1인당 환자 수 제한, 법정 휴게시간 보장, 임신·출산 전공의의 안전 보장, 방사선 피폭에 대한 대책 마련, 병원 내 폭언·폭행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공의들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주기적 실태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아울러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 등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도 신속히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근로시간을 주 72시간, 연속 근무 24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전공의노조는 지난 1일 설립을 알린 뒤 조합원 가입 신청을 받았으며, 이날 기준 약 3000명의 전공의가 가입했다. 현재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는 모두 1만305명이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노조 발대식 직후 열린 임시대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바라는 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근로환경과 수련을 마쳤을 때 역량 있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