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스포츠 미투’로 알려진 전 유도선수 신유용씨의 성폭행 피해 사건은 검찰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가해자 처벌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신씨는 2018년 3월 고교 시절 유도 코치를 성폭행 가해자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같은 해 10월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참고인 진술이 확보되지 않는 등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피해자인 신씨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신씨 주거지 인근인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촉탁했다. 검찰은 5차례 신씨를 조사했다. 추가 수사 끝에 가해자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6년5개월이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경험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진술로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신씨 사건을 대리했던 이은의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14일 “이미 사건을 종결한 경찰로서는 선입견이 생겨 보완수사 요구에도 결론을 뒤바꾸기 어렵다”며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검찰이 사건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의 조직 개편안이 확정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검찰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 불송치 사건 중 피해자 등 사건 당사자의 이의신청을 받아 송치된 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지난해 1086건에 달했다. 2021년 528건에서 지난해 약 배로 늘어난 것이다. 불송치 사건은 2021년 37만9821건에서 지난해 54만5509건으로, 이의신청 사건은 같은 기간 2만5048건에서 4만7386건으로 증가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묻힐 뻔한 사건이 검찰 단계에서 밝혀진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다만 실제 불송치 사건이 이의신청 이후 기소로 이어지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다. 이의신청 경험이 있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전문 수사기관인 경찰이 내린 결론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자가 많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절차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아닌 별개의 수사기관이 사건을 검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생기면서 구조적으로 허점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 보완수사권은 서로 다른 수사기관이 사건을 크로스체크하는 개념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이의신청 자체가 수사에 대한 불만족의 결과이고 그게 늘어나는 현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검찰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사건의 실체 발견이 이뤄지지 못한 채 종결되는 사건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