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다시 선포”… 尹, 재판 불출석 속 쌓여가는 불리한 증언들

입력 2025-09-14 18:58
윤석열 전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증언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국회의원들을)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라”거나 “계엄을 다시 선포하면 된다”는 등 윤 전 대통령 발언 관련 증언이 구체적으로 재확인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및 서버 확보 과정, 국회 봉쇄 및 계엄해제 요구 방해 시도 등의 핵심 쟁점과 관련된 증인을 잇달아 소환해 심문을 이어가는 중이다.

윤 전 대통령 재판은 지난 2월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그동안 17번의 공판이 열렸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초기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직접 발언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하지만 지난 7월 10일 내란 특검에 의해 다시 구속된 뒤부터 건강상 이유를 들며 8번 연속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지난 8일 증인으로 출석한 안효영 전 특수전사령부 1공수특전여단 작전참모(중령)는 지난해 12월 4일 자정 계엄군의 국회 진입 시도를 지시한 주체를 ‘대통령’으로 들었다고 진술했다. 안 중령은 당시 이상현 전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장과 국회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이 전 여단장에게 전화로 “대통령님이 문짝 부숴서라도 끄집어내래”라며 “전기는 끊을 수 없느냐”고 지시하는 내용을 휴대전화 너머로 들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대통령’이 아닌 ‘상부’ 지시라고 들은 것 아니냐고 묻자 안 중령은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들었다고 명확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운전 수행 부사관으로 계엄 당일 이 전 사령관을 수행한 이민수 중사는 지난달 18일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계엄을 다시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함께 이 전 사령관을 수행했던 오상배 대위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지난 7월 17일 증인으로 출석한 구민회 국군 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임박한 시점에 작성한 ‘체포자 명단’의 내용을 재확인했다. 구 과장의 증언은 계엄 수뇌부가 우원식 국회의장, 당시 여야 대표(한동훈·이재명) 등 주요 인물을 우선 체포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 통과를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반면 핵심 증언들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윤 전 대통령 측 전략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28일 공판에서 계엄 선포 당일 국회에 투입됐던 수방사 소속 군인들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사령관의 지시가 ‘국회 외곽 경비’를 의도한 것은 아닌지 물었지만 증인들은 이 전 사령관의 지시한 내용이 ‘국회의사당 진입’이라고 이해했다고 답변했다.

윤준식 차민주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