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고효율·친환경 모두 잡는다… ‘모듈러주택’으로 공급 혁신 나선 LH

입력 2025-09-15 00:43
지난해 말 준공된 세종 UR1·2 블록은 국내 최대 규모(416가구)의 모듈러주택이다.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러를 크레인이 들어 올려 쌓고 있다. 모듈러주택 한 채를 설치하는 데는 평균 30분이 소요된다. 이를 통해 세종 UR1·2 블록은 적층 97일 만에 관련 공정을 마쳤다. LH 제공

국내 모듈러주택 시장의 활성화 기반이 마련됐다.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모듈러주택 공급 활성화’가 포함되면서다. 공공부문에서 모듈러주택 기술 도입과 시장 확산을 이끌어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번 정책을 발판 삼아 건설 현장 패러다임 전환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LH는 국내 최대 규모, 최고층 모듈러주택 사업을 추진하면서 ‘모듈러 품질관리 매뉴얼’을 제작해 민간업계에 공유한다고 14일 밝혔다. 모듈러주택은 주택의 70%가량을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 설치, 결합하는 탈현장(OSC) 건설 공법이다.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공기를 약 30% 단축시킬 수 있다.

LH가 지난해 말 준공한 세종 UR1·2 블록은 모듈러 공법을 활용해 적층 97일 만에 관련 공정을 마쳤다. 모듈러 시공 과정에선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 노동생산성 향상, 빠른 주택공급, 안전사고 및 탄소배출량 감축 등이 가능한 것이다. LH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업 물량 확대, 설계 표준화 및 제품화를 진행하고 제도 개선에도 나서며 OSC 공법 확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LH는 의왕초평 A4 블록과 세종 5-1생활권 L5 블록 등지에서도 모듈러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의왕초평에 지어지는 국내 최고층(22층·381가구) 모듈러주택은 ‘모듈형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융합공법을 국내 최초로 적용한다. 모듈러의 공기단축이라는 장점과 철근콘크리트의 우수한 내구성·내화성·차음성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세종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에는 장수명 모듈러주택도 추진한다. 세종 L5 블록(12층·450가구)은 주기별로 배관 등의 부품만 교체하면 10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LH는 모듈러주택을 지속가능한 주택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 ‘설계 표준화’와 ‘품질관리 체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제작과 설치 현장이 다른 모듈러주택 특성상 체계적인 품질관리를 위해 ‘모듈러주택 업무 매뉴얼’도 마련했다.

국내 모듈러주택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 마련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6월에는 한국주택협회와 ‘모듈러주택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국토교통부와는 모듈러 등 OSC 공법 전반을 지원하는 ‘OSC·모듈러 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오주헌 LH 공공주택본부장은 “저효율·고비용의 건설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OSC 공법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관련법 제정과 시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