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가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텔레콤 해킹으로 지난 4~7월 SK텔레콤 이동통신 가입자가 75만명 감소한 것처럼 이번에도 대거 번호이동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아이폰17 시리즈 출시 일정도 겹친 상황이다. 통신업계는 그동안 애플 신제품 출시 초기에 보조금이 많이 책정되지 않았던 만큼 가입자 유치 경쟁이 과열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KT 사태 여파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오는 19일 공식 출시 전까지 아이폰17 시리즈 사전 예약을 진행한다. SK텔레콤은 사전 예약 후 개통 고객에게 월 구독료 4400원의 아이클라우드 플러스 200GB를 3개월 무료로 제공한다. KT는 아이폰 개통 즉시 출고가의 50%를 보상해주는 ‘미리 보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4개월 뒤 반납하고 새 기기로 변경하는 조건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말까지 아이폰17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70% 보상패스’를 제공한다. 가입 후 24개월이 지난 뒤부터 기존 아이폰을 반납하면 구매 시 단말 출고가의 최대 70%를 포인트로 보상해준다.
아이폰17 공통지원금은 요금제별로 다르게 책정된다. 이통 3사 모두 아이폰17 프로와 아이폰 에어는 최대 45만원까지 지원하고, 아이폰17 기본 모델과 프로맥스의 공통지원금은 SK텔레콤이 최대 26만원으로 가장 많다. 추가지원금은 이통 3사가 최대 6만7500원으로 동일하다.
통신사별 사전 구매 혜택과 지원금 수준에 따라 번호이동 수요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변수다. SK텔레콤 해킹으로 KT 등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사용자들 중에서는 무단결제 사태로 다시 번호이동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하려면 한 사업자가 크게 보조금을 늘려야 하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SK텔레콤 해킹 사태 여파가 길게 이어졌던 만큼 KT 무단 결제 사태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이후 이탈한 사용자가 3년 이내에 재가입하면 가입연수와 멤버십 등급을 원상 복구해준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보상책으로 올해 말까지 제휴사 할인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진행된 파리바게뜨 전 제품 50% 할인 혜택으로 매장마다 품절 대란이 일기도 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