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모임을 시작하려니 막막했습니다. 기도하며 길을 물었더니 하나님이 응답하셨습니다.”
경기도 김포 사우고에 재학 중인 전민준(17)군은 지난해 친구 두 명과 함께 ‘마라나타’라는 이름의 학교 기도 모임을 세웠다. 작은 불씨였지만 지금은 50명이 음악실에 모여 예배한다. 그는 “기도 모임은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예수님을 만나는 통로가 된다”며 “믿음의 친구 한 명만 붙잡고 시작하라. 하나님이 반드시 동역자를 붙여주신다”고 말했다.
13일 김포제일교회(정운락 목사)에서 열린 ‘더웨이브 김포 검단’ 집회에는 전군처럼 학교에서 기도 모임을 세운 청소년 400여명이 모였다. 각자 모임을 소개하며 “우리는 학교에서도 기도합니다”라고 외쳤다. 행사장 밖에는 경기도 김포와 인천 검단 지역 10개 중·고등학교 기도 모임이 부스를 마련해 활동을 알리고 기도 제목을 나눴다.
집회에서는 기도 모임을 세우려는 학생들을 위한 방법이 소개됐다. 모임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찬양·말씀·기도 등 구체적인 순서를 마련하며, 함께할 동역자를 찾고, 장소와 시간을 정해 꾸준히 모이라는 것이다. 작은 교실 한쪽에서라도 이어가는 기도가 학교 안에 신앙의 불씨가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현재 김포와 검단에는 중학교 32곳, 고등학교 22곳, 대안학교 6곳에서 기도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더웨이브’는 2016년 부산에서 시작된 ‘학교기도불씨운동’의 연합 집회다. 이후 창원·거제·양산·남해 등 경남권으로 확산했고, 코로나 이후에는 규모가 더 커져 올해는 강릉과 김포·검단을 포함해 전국 24개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예배당 안에서는 아이자야씩스티원이 찬양을 인도했고, 홍정수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사무국장이 말씀을 전했다. 홍 목사는 “요즘 10대들의 기도가 달라졌다. 길어지고, 세지고, 단어가 깊어졌다”며 “우리가 믿지 못할 뿐이지 다음세대는 우리보다 더 영광스럽게 하나님을 믿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예배의 관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와 달리, 청소년·청년 세대는 오히려 현장에 모여 예배하고 찬양하려는 갈망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 달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규모 청년예배 ‘G2A(Go To All)’와도 맥이 닿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영훈 성결대 문화선교학 교수는 “요즘 청년들에게 집회는 단순한 예배를 넘어 문화적 현상”이라며 “록 페스티벌처럼 집단 체험을 공유하고 유튜브와 SNS를 통해 새 찬양팀이 빠르게 알려지면서 G2A 같은 연합 무대가 큰 파급력을 낼 저변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김포고 기도모임 ‘마나하임’에 참여하는 한지혜(18)양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모이는 예배가 낯설고 교회에서도 위축돼 있었지만 다시 뜨겁게 예배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며 “오늘 집회가 그 열망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포=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