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가을 대규모 장외투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법 개정안 합의 번복처럼 수적 우위를 앞세운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원내에서 불리한 싸움만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25일 전후로 대규모 장외투쟁을 검토하고 있다”며 “장소는 어느 곳으로 할지, 대여 메시지는 어떻게 낼지 등 폭넓게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달 25일은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등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날이다. 그간 투쟁이 의원 중심으로 국회 혹은 대통령실에서 규탄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여론을 규합하는 방식으로 전선을 넓혀 총공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소수 야당 입장에서 원내에서는 여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점도 장외투쟁 배경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경원 의원을 간사로 선임하는 것조차 민주당에 가로막힌 상태다.
당대표 취임 후 첫 지방 행보로 부산을 찾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가덕도신공항 현장 방문을 마친 후 “내란전담재판부가 만들어진다면 대한민국 헌법은 이제 사라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방법을 동원해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부산 세계로교회에선 “손현보 목사 구속 문제는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반인권, 반문명, 반법치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손 목사는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강성 보수 지지층이 주축인 단체 ‘세이브코리아’를 이끌었던 인사다.
그러나 장외투쟁이 본격화될 경우 당 지도부가 거리두기를 해온 윤 어게인 등 ‘아스팔트 보수’ 세력이 다시 당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의 대표적 인물인 전한길씨 등을 ‘의병’으로 지칭하며 주변화해왔는데, 또다시 ‘극우몰이’ 비판의 빌미를 내줄 수 있다.
부산=이강민 기자, 정우진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