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 품은 태광산업…‘K뷰티’ 이어간다

입력 2025-09-15 00:11
애경산업 제공

애경그룹이 모태 사업인 애경산업을 태광그룹에 넘긴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그룹 재무 부담을 해소하고 나머지 항공·화학·유통 계열사의 내실을 다질 전망이다. 태광그룹은 뷰티업계 ‘빅3’로 꼽혔던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는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주식 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넘기는 거래다. 매각 금액은 4000억원 후반대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을 주축으로 하며 ‘2080’ ‘케라시스’ ‘에이지투웨니스(AGE 20’s)’ ‘루나’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화장품 매출 중 70%가량을 해외에서 거둔다.

애경그룹은 현재 애경산업을 비롯해 제주항공(항공), 애경케미칼(석유화학), AK플라자(백화점·유통) 등 크게 네 가지 사업을 이끌고 있다. 애경산업이 70년 역사의 그룹 모태기업이지만 사업 규모를 보면 애경케미칼과 제주항공이 그룹의 주축이다. 지난해 애경케미칼 매출은 1조6000억원이고, 제주항공 매출은 2조원에 육박했다. 애경산업의 경우 지난해 매출 6791억원, 영업이익 474억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엔 매출 3324억원, 영업이익 17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9%, 49% 급감했다.

그룹 전체의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최대주주 AK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8829억원으로 19% 줄었고, 영업손실은 51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캐시카우’로 꼽히던 제주항공마저 고환율과 여객기 사고 악재로 흔들렸다.

매각 결정은 핵심 계열사인 애경케미칼과 제주항공을 살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그룹의 주식담보 대출 등 부채 상환과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계열사 지원에 쓰일 전망이다. 애경그룹은 지난달 말에는 중부CC를 더시에나그룹에 매각하는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약 2300억원을 확보했다.

태광그룹은 이번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생활용품·화장품 사업을 주력 사업인 섬유·석유화학의 침체를 극복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태광그룹은 애경산업이 보유한 국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화장품 수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 K뷰티의 인기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은 지난 7월 사업구조 재편 방침을 공개하며 신사업 분야로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을 꼽은 바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