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민과 소비자 울리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시급하다

입력 2025-09-15 01:10
연합뉴스TV 캡처

농산물 소비자 가격에서 생산자가 받는 가격을 뺀 유통비용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추·무 등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농산물의 유통비용이 60∼70%에 이른다니 개탄스럽다. 힘없는 농민과 장바구니 부담에 시달리는 소비자만 손해를 보고, 유통업체는 수수료와 이윤을 과다하게 챙기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졌다는 얘기다. 농산물 유통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49.2%로, 2013년(45.0%)보다 4.2%포인트 높아졌다. 20여년 전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넘게 뛰었다.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도 요인이지만, 농산물 유통은 세금이 없어 ‘고무줄 가격’이라는 구조 속에서 유통업체의 이윤이 불투명하게 커졌다는 지적도 많다. 도매법인- 중도매인-소매상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경매 중심 구조는 투명성이 낮고, 시장 지배력이 유통업체에만 쏠려 있다. 실제 농민이 손에 쥐는 몫은 통계보다 훨씬 적다. 땀의 대가가 정당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농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영세한 생산 농가에 비해 도매업체나 소매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식료품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5배에 달한다.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유통구조 개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 과제다. 정부가 내놓은 온라인 도매시장 확대, 경매 외 정가·수의 매매 허용, 거래 참여 기준 완화 등 개혁 방향은 바람직하다. 유통 단계를 줄이고 가격 투명성을 높이는 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플랫폼을 온라인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온라인 직거래 확대, 거래 투명성 강화, 과도한 유통 단계 축소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농민 스스로 유통 역량을 키우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책을 내놓는 것도 필수다.

농산물 유통은 국민 밥상과 직결된다.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어야 한다. 불합리한 구조를 방치한다면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은 상시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유통개혁을 말이 아닌 실행으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