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핀’ 망가진 軍… 총기관리 구조적 문제 목소리

입력 2025-09-14 18:56 수정 2025-09-14 19:08

군 총기 사망 사고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단기간 연쇄 발생하며 군 내 총기 안전관리 체계가 붕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건 경위는 다르지만 모두 총기·탄약 통제망이 현장에서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총기 안전 실태 점검뿐 아니라 병영문화 개선과 정신건강 관리 체계까지 아우르는 종합대책이 요구된다.

14일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인천 옹진군 대청도에서 해안선 정밀수색작전에 투입된 해병6여단 소속 수송병 병장이 이마에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상태로 발견됐다. 군은 기상 악화로 헬기 투입이 불가능해 해경 함정을 통한 후송을 준비했다. 해당 병장은 후송 준비 중인 오전 9시1분 공중보건의에 의해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해병대는 총상 사고 시간을 7시3분쯤으로 추정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민간 경찰과 함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군내 총기 사망 사고는 최근 약 3주 새 3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육군 최전방 감시소초(GP)에서 하사가, 이달 2일에는 3사관학교 대위가 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이번 해병 병장 사망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총기 취급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로 심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두 군의 총기·실탄 관리에 구멍이 뚫린 사실이 확인됐다. GP 하사가 사망한 2군단 예하 15사단은 GP 근무 중 총기 안전관리·감독 체계가 미흡했다. 3사 대위가 사망할 당시 해당 부대는 총기·실탄이 밖으로 무단 반출됐는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두 사건에서 사용된 총기는 각각 K1, K2 개인 소총이었다. 대청도 해병 병장 사망 사건 역시 총기 안전점검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번 연쇄 사고는 단일 부대 차원의 관리 부실을 넘어 상급부대의 감독 실패로 연결된 문제다. 군수·작전 지침은 총기·탄약 관리, 무기고 출입, 실탄·공포탄 구분, 훈련 중 안전수칙 등을 상급부대가 감독·점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안전관리 지침을 점검하지 못한 상급부대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 사기 저하는 물론 입대를 앞둔 청년층과 학부모들의 복무 회피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병영문화 개선과 장병의 심리적 안전망 확보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기 사고 사망자 계급이 병사에서 장교까지 나타난 것은 군 조직 전체에 심리적 불안 요인이 존재한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군은 정기적인 정신건강검사와 상담관 배치 등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선 부대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군사 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군 기강 중 가장 엄격해야 할 총기·탄약 관리에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군 수뇌부 차원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총기 안전 체계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