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청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상징인 찰리 커크를 암살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사진)이 당국에 체포됐다. 공화당원 부모 밑에서 자랐고 특출난 성적으로 가족의 자랑이었던 청년은 정치에 과몰입하면서 미국 사회가 경악한 총기 암살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 SJ) 등에 따르면 로빈슨은 전날 오전 유타주 소도시 워싱턴에 있는 자택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지난 10일 유타밸리대 총격 사건 후 공개된 용의자 수배 사진을 보고 로빈슨이라고 생각한 삼촌이 로빈슨 아버지에게 사진을 보여줬고, 아버지가 로빈슨을 설득해 범행을 시인하도록 했다. 이후 로빈슨 아버지가 지인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고, 이 지인이 당국에 연락해 “로빈슨이 범행을 자백하거나 암시했다”고 신고했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올바른 선택을 한 로빈슨의 가족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로빈슨은 지난 10일 유타밸리대 ‘터닝포인트 USA’ 주최 토론회 행사장에서 18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고성능 소총으로 단 한 발만 발사해 커크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로빈슨은 가중 살인, 중대한 신체 상해를 초래한 총기 사용, 사법 방해 혐의로 체포돼 유타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다. 체포 당시 그는 범행 현장 CCTV 에 찍혔을 때와 같은 복장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로빈슨은 고교 때만 해도 매우 우수한 학업 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학점평균(GPA)이 만점이었고 대학입학시험(ACT)에서 36점 만점 중 34점을 받았다. 로빈슨 어머니는 과거 페이스북에 “그(로빈슨)의 선택지는 무궁무진하다”며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는 글을 올렸다.
로빈슨은 유타주립대에 4년간 3만 달러가 넘는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지만 한 학기 만에 중퇴했다. 그는 최근 정치 성향이 강해지면서 커크를 향해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총격 사건 직전 가족 모임에서 커크가 곧 유타밸리대에 온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콕스 주지사의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총격 사건이 벌어진 유타밸리대에서 소총 탄피와 탄약 등이 발견됐는데, ‘어이, 파시스트! 잡아봐!’ ‘이걸 읽고 있다면 너는 게이. 하하’라는 문구와 이탈리아 반파시스트 노래를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벨라 차오(Bella ciao)’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로빈슨은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유권자로 등록돼 있고,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선 투표하지 않아 비활동 유권자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콕스 주지사는 WSJ 인터뷰에서 “이 인물이 좌파 정치 이념에 깊이 세뇌된 상태였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로빈슨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뒤 “나는 그가 사형선고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