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심화되는 재정 위기와 정치적 분열이 강등 이유로 지목됐다.
피치는 12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프랑스 국가 부채가 2024년 국내총생산(GDP)의 113.2%에서 2027년 12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몇 년간 부채를 안정화할 명확한 전망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등 이유를 밝혔다.
A+는 한국·영국(AA-)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영국 가디언은 프랑스가 역대 주요 신용평가 기관에서 받은 가장 낮은 등급이라고 전했다. 피치는 “프랑스 정부가 신임 투표에서 패배한 것은 정치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방증”이라며 “이런 불안정성은 재정 건전성 달성을 위한 정치 시스템의 역량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의회 불신임 투표로 물러난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 후임으로 측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를 임명했다. 신임 총리 임명 후 프랑스 전역에선 정부 긴축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여론의 반발이 지속되자 르코르뉘 총리는 13일 전임 총리의 긴축안에서 ‘공휴일 중 2일을 줄이는 방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다른 재원 확보를 요구할 것”이라며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한 논의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치권에선 신용등급 강등에 ‘네 탓 공방’이 이어졌다. 바이루 전 총리는 “엘리트들이 진실을 거부하도록 이끄는 나라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반면,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의 에리크 코크렐 의원은 “이번 평가의 책임은 자신의 정치적 의제를 위해 공공 재정 상태를 과장한 이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