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대비 로맨스 비중 키우고 다채로운 요리 선보여… ‘제2 대장금’ 될까

입력 2025-09-15 02:17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포스터. 박국재 작가의 원작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를 바탕으로 프랑스 요리 셰프 연지영(임윤아·왼쪽)과 폭군 연희군(이채민)의 이야기를 그린다. 매회 새로운 음식을 바쳐야 하는 긴장감 넘치는 설정에, 미식가 군주와 셰프 사이의 로맨스가 더해져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tvN 제공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가 첫 방송 4.9%에서 출발해 7회 만에 시청률 12%를 돌파했다. 원작 웹소설의 역사적 사실을 과감히 변주한 설정에 로맨스, 다채로운 요리 장면이 어우러지며 ‘대장금’을 잇는 K드라마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먼저 역사 왜곡 논란을 최소화하고 서사 전개에 필요한 창작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이름의 변주’가 흥행의 토대가 됐다. 원작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의 연산군 이융은 드라마에서 가상의 인물 ‘연희군 이헌’으로, 장녹수는 ‘강목주’로 바뀌었다. 실제 사건인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도 각각 ‘무인사화’와 ‘갑신사화’로 재가공됐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역사적 사실에 구애받지 않고 판타지적 설정에 몰입할 수 있었고, 이는 작품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tvN 제공

드라마는 원작에서 비중이 작았던 로맨스를 대폭 확대했다. 일본·포르투갈·오스만 제국 등 여러 나라와의 요리 대결을 통해 외교적 성과를 쌓아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던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두 주인공 로맨스에 집중한다. ‘절대 미각의 폭군’ 이헌이 연지영의 요리를 통해 변모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매회 기다리는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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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다채로운 요리 장면이 본격 등장하면서 인기는 더욱 커졌다. 매회 새로운 요리에 대한 기대감과 먹방을 연상시키는 음식 맛보는 장면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원작 소설을 쓴 박국재 작가도 “음식을 먹고 느끼는 장면이 만화적 상상력과 과장이 많은 편이라 영상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제대로, 코믹하게 표현돼서 좋은 의미에서 놀랐다”고 말했다.

전통 한식에 서양 요리법을 적용한 퓨전 음식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실험정신이 또 한 번 통했다”며 “‘폭군의 셰프’는 ‘대장금’ 이후 가장 주목받는 한국 요리 드라마다. 요리라는 문화적 소재를 통해 권력, 역사, 사랑을 함께 탐구한다”고 평가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