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경쟁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창신메모리(CXMT) 등이 HBM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만큼 기술 성숙도가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6세대 HBM 시장 역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로 압축돼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HBM 시장 세계 1위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신제품인 HBM4의 개발을 마치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 체제를 갖춘 HBM4는 이전 세대보다 배 늘어난 2048개의 데이터 전송 통로를 적용해 대역폭을 2배로 확대하고 전력 효율을 40% 이상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실현했다며 AI 서비스 성능을 최대 69%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 세대 HBM 경쟁에서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는 HBM4부터는 SK하이닉스와 나란히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HBM4 12단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하며 양산 체제를 갖춘 데다가, 업계 유일의 1c(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해 한 발 더 앞서나간다는 게 삼성전자의 구상이다. 수율(양품 비율)을 잡고 안정적으로 생산한다면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남은 고비는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의 품질 검증을 통과하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 HBM4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HBM 후공정 수율이 개선됐다는 평가와 함께 품질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HBM4 공급업체들에 더 높은 조건의 전력 소모 감소와 속도 향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1c D램 기반의 HBM4 생산 수율을 안정적으로 달성한다면 내년 HBM 공급량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