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본당에 앉은 담임목사가 홀로 CCM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를 부른다. 이 찬양을 처음 접하는 성도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든 안내용 영상이다. 특별히 방송 촬영에 능하거나 경험이 많아서 만든 것은 아니다. “부목사님에게 녹화 버튼만 누르고 나가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할 정도로 카메라 앞에 서는 건 그에게도 멋쩍은 일이었다. 그런데도 영상을 찍기로 한 이유를 그는 “세대를 초월해 좋은 찬양을 어르신들에게도 알려드리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서울 양천구 성암교회에서 최근 만난 남궁혁(48) 목사의 이야기다. 그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는 천국 같은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천국 같은 교회” 음악에 진심인 까닭
남궁 목사는 설교 외에도 예배 음악을 선정하고 구성하는 데 신경을 쓴다. 주제와 분위기에 맞게 찬양을 기획하는 ‘송 폼(Song form)’을 직접 작성해 예배 밴드팀에게 전달할 정도다. 남궁 목사는 “교회는 천국을 구현해내는 곳”이라며 “천상에서의 아름다운 예배가 우리 교회에서도 매주 드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남궁 목사는 대학 시절 10여년간 찬양 사역 단체 ‘대전목요찬양’에서 음향 엔지니어로 사역했다. 그는 “‘경배와 찬양’ 운동이 한창일 때 대전 한남대 기독학생연합회를 중심으로 학교 채플실에서 모인 것이 그 시초였다”며 “예배 한 번에 1500명이 모일 정도로 청년이 부흥하던 시절”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평생 배필인 사모도 그곳에서 만났다. 그의 목양실엔 피아노는 물론 간단한 녹음 장비가 놓여있다. 남궁 목사는 “음악은 제 취미이자 특기”라고 웃었다.
음악을 향한 목회자의 사랑은 자연스레 교회 문화에도 스며들었다. 부임 3년 차인 현재 성가대와 중창단이 늘어나 각각 3개씩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교 4~5학년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 찬양단도 곧 생길 것 같다고 했다. 남궁 목사는 “연령대별로 모이는 경우엔 생각과 고민이 비슷하다 보니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교제하신다”고 했다.
그는 찬양만큼 성경 공부에도 정성을 들인다. 성경 강해로 30분을 채운 수요예배가 대표적이다. 예배 후엔 성도와 공부한 자료를 교회 홈페이지에 올리며 한 번 더 나누고 있다.
“모두의 아버지 되길 소망”
성암교회는 5, 8, 12월 1년에 3차례 온 세대 연합 예배를 드린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예배에서 각 가정이 예배의 순서를 맡아 참여한다. 남궁 목사는 “한 가정이 대표기도를 맡아 준비하면서 가족 구성원의 구체적인 신앙 고백이 나오고, 그들의 신앙이 변화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전했다. 12월 예배엔 가족 단위 찬양팀을 선정해 예배에 세우기도 한다.
교회는 이처럼 가족 같은 공동체를 지향한다. 남궁 목사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아빠처럼 대하려고 노력한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제가 다 외우고 있어요. 새 학기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기도 제목을 적어달라고 하면서 좋아하는 과자랑 아이스크림을 알려달라고 하거든요. 별건 아니지만, 제 아이들에게 하듯 해주고 싶어요.”
지난 여름성경학교에서 아이들 저녁 식사를 직접 준비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남궁 목사는 다른 교역자들과 함께 평소 집에서 잘해주는 메뉴인 계란찜과 불고기바베큐를 만들어 함께 먹었다.
베트남과 이웃에 보내는 사랑
성암교회는 상가 교회 시절부터 베트남 선교에 힘써왔다. 김시성 원로목사 때부터 현재까지 현지에 교회 13곳을 세웠고 선교사를 파송해 협력하고 있다. 남궁 목사는 “베트남에 역사적으로 진 빚을 복음으로 갚겠다는 마음으로 원로목사님이 시작하신 일”이라며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소수민족을 위한 교회를 건립하고, 파송 선교사는 현지 목회자와 함께 주일학교, 한국어 교실, 방과 후 학교 등 운영을 돕고 있다”고 했다.
이웃을 향한 나눔에도 소홀하지 않다. 사순절과 부활절 등 절기와 금식 헌금을 통해 이대목동병원에 취약 계층 병원비를 9년째 지원하는 등 지역의 소외 이웃의 필요를 세심하게 채우려 한다. 남궁 목사는 “최소한의 것을 해결해주는 국가 복지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교회가 감당하려 한다”며 “특히 지역의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고 생각하며 챙긴다”고 했다. 새 학기가 되면 책가방이나 신발을 사서 지역 복지관을 통해 조손, 한부모, 장애아 가정에 전달하는 게 대표적이다. 기왕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살 수 있도록 청년부에 재정을 맡겨 새 학기 나눔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손길이 더해져 지역 복지관에 차량을 기증한 적도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