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라는 이름 공유하는
캘리포니아대학체제 10개 대학
서울대-부산, 서울대-전남 등
학위 양적완화 통한 학벌 타파
다양한 이해관계자 있지만
서울대 주도로 가능성 높여야
캘리포니아대학체제 10개 대학
서울대-부산, 서울대-전남 등
학위 양적완화 통한 학벌 타파
다양한 이해관계자 있지만
서울대 주도로 가능성 높여야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출판되면 누가 가장 먼저 강연을 요청할까. 3년 전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봤다. 부산대나 전남대겠지. 왜냐하면 이 책은 지방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지원해주자는 방안이니까.
그런데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서울대에서 가장 먼저 초대했다. 역시 탁월하다. 그렇다면 이 책이 나온 뒤 나를 가장 많이 초대한 대학은 어디일까. 놀랍게도 서울대다. 이번 9월 강연을 포함해 서울대는 나를 모두 세 번 초대했다. 거점국립대 10곳 중 이제까지 내가 초대받지 못한 대학도 3곳이나 된다.
지방의 거점국립대 9곳은 이재명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최대 수혜자다. 향후 5년 동안 최소 수조원을 지방 거점국립대에 투자하기로 정부는 발표했다. 서울대는 나를 왜 세 번이나 초대했고 다른 거점국립대 3곳은 왜 나를 한 번도 초대하지 않았을까. 탁월성의 차이다. 그건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다.
이 책은 ‘제목의 광채’와 ‘논리의 광채’가 합쳐져 한국 교육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일으킨 책이다. 절대다수는 ‘제목의 광채’만 봤고 책 표지를 넘어 빛나는 ‘논리의 광채’를 보지 못했다. 서울대 총장과 교수들은 이 논리의 광채를 두 눈 부릅뜨고 정확하게 응시했다.
저자이자 강사로서 내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는 장면 중 하나는 책이 출간되자마자 그렇게 바쁜 서울대 총장이 직접 그 책뿐만 아니라 나의 다른 책도 읽고 왔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총장의 지적 탁월성과 성실함에 나는 감탄했다. 다른 서울대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교육학과의 유성상 교수와 한숭희 교수는 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나섰다. 그들은 이 책의 논리를 정확하게 이해한 탁월한 학자들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서울대 교수들이 이 정책에 찬성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자신의 열등한 수준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이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미국 대학체제, 특히 캘리포니아대학체제를 모델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교수 다수는 미국 대학체제의 탁월성을 몸소 체험한 한국 최고의 지식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 지식인들에게 존경의 대상인 미국 대학체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반대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한국 교육계의 최대 화두는 서울대 10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이 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지만 주도하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이 정책의 설계자인 나는 서울대가 이 정책을 주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서울대 총장과 교수들이 이 정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나는 교육계의 다양한 전문가, 학부모, 시민단체를 만나왔는데 이 정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들은 제목의 광채만 봤고 논리의 광채를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책이기 때문이다. 논리의 광채는 책의 표지를 넘겨서 끝까지 읽어야만 볼 수 있다. 그들은 책 제목으로 모든 것을 아는 척하는 ‘책을 읽지 않는 전지(全知)의 존재’다.
둘째,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방 거점국립대의 이름을 ‘서울대’로 바꾸자는 정책이다. 서울대-부산, 서울대-경북, 서울대-전남, 서울대-충남 등 서울대 학위의 양적 완화를 통해서 학벌을 타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지방대 이름을 서울대 이름으로 바꿔야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학체제에 속한 10개 대학도 UC(University of California·캘리포니아대)라는 이름을 공유하고 있다. UC는 캘리포니아의 서울대라는 뜻이다. 서울대 구성원들이 정책을 주도하고 찬성해야 이름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셋째, 가장 탁월한 그룹이 가장 중요한 국가 정책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대 교수 집단은 학문의 에베레스트에 올라가 본 사람들이다.
따라서 누구도 시기하거나 질투할 필요가 없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도 불완전하지만 불완전한 자들 중에서 가장 낫다. 따라서 서울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주도해야 한다. 진리는 나의 빛! 탁월성은 우리의 빛!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