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각급 법원장들은 7시간 30분간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방안 대다수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3년간 12명을 늘리겠다는 대법관 증원 계획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를 따로 지정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참석자가 빠지지 않고 발언을 하며 회의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초유의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졌을 때 소집됐던 법원장회의 역시 7시간의 회의 끝에 결론을 모았다.
대다수 법원장들은 대법관 수의 증원에 대해서는 단기간 내 대폭 증원시 부작용이 크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관 증원이 되면, 하급심 판사들의 재판 연구관의 인력 차출이 예상돼 사실심 기능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대법관 수를 증원하려면 사실심에 대한 충분한 인적·물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참석자는 “4명 정도의 소규모 증원이 적정하다거나, 대법관 수 증원과 병행해 충분한 인적·물적 지원이 있어야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법관이 충원되는 대로 1심에 법관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국민이 법의 보호를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대법원은 “다양하고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됐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낸 판사들이 많았으나,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했다.
법관 인사에 있어 법원 외부의 영향력을 늘리는 개편안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을 늘리면서 법원행정처장을 위원에서 제외하는 안에 대해서는 대다수 참석자들이 사법권 독립이 침해될 우려를 제기했다. 국회 추천 위원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법관평가위원회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장회의가 개혁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사법부의 참여를 주장한 만큼 민주당과 대치가 예상된다. 개별 법안에 대해 국회 의견서를 통해 우려를 표명했던 대법원은 본격적으로 사법개혁 논의에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올 추석 전 사법개혁 5대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전날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는 위헌이 아니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강한 추진 의사를 보였다.
윤준식 신지호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