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습니다. 구금이 몇 달, 몇 년이 될지, 살아있는 건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12일 인천공항 주차장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김모(35)씨는 미국에서 한국인 구금사태가 벌어진 뒤 일주일간의 심정을 전하다가 결국 눈물을 보였다. 전세기로 귀국한 근로자들이 주차장에 등장하자 현장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김씨를 비롯해 마중나온 가족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울음을 터뜨렸다. 구금 국민과 가족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당국에 체포됐던 한국인 316명이 8일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대부분 편안한 복장에 마스크를 쓴 근로자들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한 근로자는 이동 중에 두 팔을 번쩍 들고 “돌아왔다. 자유다”라고 외쳤고, 어떤 이는 “매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주차장 4, 5층에 마련된 상봉장소 부근에서 기다리던 여성은 남편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여보”라고 외치고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을 만난 아내는 손을 붙잡고 “다행이다”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아들이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남편은 어린 딸을 안고 뽀뽀하며 상봉의 감격을 만끽했다.
남편과 만난 40대 여성은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 전화를 끊고 기사를 확인했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귀국한 협력업체 직원은 “이제 미국에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금시설에서 죄수복을 입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 조모씨는 “7일간은 죄수복을 입고 지냈다. 수갑과 족쇄, 몸에 쇠사슬을 감는 것을 보고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지모씨는 “구금시설 음식이 쓰레기 같아 먹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현대차 계열사 직원 이모씨도 “매끼 식사를 다 하지 못할 정도로 음식이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한 곳에 70여 명씩 있는데, 공용 화장실은 대여섯 곳뿐이었다”며 “용변도 샤워도 공개된 곳에서 해야 했다”고 말했다. “2인 1실을 쓰는데 변기가 있는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다 오픈된 장소에서 해결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구금됐던 이들과 가족들은 전자여행허가(ESTA) 등으로 미국에 출장 가던 관행과 비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귀국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맞이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미국 비자 발급과 체류 자격 시스템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B-1 비자와 ESTA 비자에 관한 미국의 구체적 가이드라인 파악과 미국 국내법 개정 요청에도 나설 계획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린 지시 중 ‘한·미 간에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게 비자 제도를 어떻게 해 보라’는 지침이 있던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박준상 최승욱 기자, 인천공항=박상은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