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12일 한국 땅을 밟았다. 이로써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초유의 한국인 구금 사태는 8일 만에 일단락 됐다. 정부는 한·미 간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워킹그룹에서 다양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던 한국인 316명(잔류 선택 1명 제외)과 외국 국적자 14명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가 12일 오후 3시 23분쯤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이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 단속을 벌여 한국인 근로자 317명을 체포한 지 8일 만이다. 잔류를 택한 1명은 가족이 미국 영주권자로 알려졌다.
공항 입국심사를 마치고 입국장으로 빠져나온 LG엔솔 및 협력업체 직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엿보였지만 대체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한 근로자는 “자유다”라고 외치며 환하게 웃었다. 취재진에게 “집에 오니 좋다”며 소감을 전하는 이도 있었다. 주차장에서 대기하던 가족들도 뜨거운 포옹으로 근로자들을 맞았다. 이들의 입국을 지켜보던 많은 시민들도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LG엔솔 측은 자사 및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이날부터 추석 연휴 종료까지 약 4주간 유급휴가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귀국 후 4주 내에 건강검진도 지원하기로 했다. LG엔솔 관계자는 “권역별로 1~2개의 의료검진 기관을 확보했고, 추가 정밀검진 필요시 검사료를 지원할 것”이라며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미 이민당국이 한국인을 대규모로 체포한 건 이들 상당수가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적법한 비자를 소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발급이 까다로운 전문직(H-1B) 비자나 주재원(L-1) 비자 대신 전자여행허가(ESTA)·단기상용(B-1) 비자로 인력을 투입하던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특히 근로자들에 쇠사슬과 수갑을 채운 모습이 공개되며 한·미 동맹 관계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정부는 지난 8일 조현 외교부 장관을 미국에 급파하며 우리 국민을 ‘강제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조 장관은 귀국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 한국에서 기업투자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이 가장 빠르게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주한미국대사관에 별도 데스크를 설치하는 것 등을 포함해 논의할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미 국무부와 외교부 간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대사관의 별도 데스크는 “금방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민당국 등 다른 부처가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지시가 있었다”며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구금 사태가 벌어진 공장은 완공 시기가 내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늦춰질 전망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공장 건설이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박상은 기자, 박준상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