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각급 법원장들이 12일 여권의 사법개혁 입법화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그 개선 논의에 있어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법원장들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헌법상 사법권의 주체인 사법부의 공식적 참여 하의 공론화 절차 없이 사법개혁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각급 법원장급 42명이 참석한 전국법원장회의는 7시간 30분간 이어졌다.
법원장들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에 대해 세 가지 입장을 내놨다. 우선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이므로, 이를 위해 폭넓은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 인사 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 요소로서 개선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법부는 사법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회와 정부, 국민과의 소통에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법원장들은 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다양화, 법관평가제도 변경,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의제를 논의했다. 법원장들은 설문조사와 기수별 입장 수렴 등에 대한 입장을 취합한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토대로 안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부가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사법개혁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한 뒤 대법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는 “사법의 본질적인 작용과 현재 사법 인력의 현실, 또 어떤 게 가장 국민에게 바람직한지 이런 것들도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재현 신지호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