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 무역협정 최종 합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다시 ‘관세 무기’를 꺼내들었다. 미국의 요구대로 협정을 수용하라는 고강도 압박이다.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가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300여명이 귀국하는 날 나오면서 양국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함께 무역협정 타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 와 큰 틀에서 합의한대로 (무역협정을) 수용하거나 안그러면 합의 이전 수준의 관세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30일 합의된 양국 무역협정의 골자는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러트닉 장관은 일본을 예를 들며 “일본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미·일은 50대 50으로 수익을 나누지만 이후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며 “(한국이 이런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한다. 유연성은 없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8일 미국에서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합동 실무대표단과 미 상무부 및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이 최종 타결을 위한 실무협의를 벌였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따라서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무역 합의에 따른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양국 무역협정에 대해 “앞으로도 한참 더 협상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도 “이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 인터넷매체 엑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선 한국 기업이 미국에 근로자를 파견하려면 제대로 된 비자를 받아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현대가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는 건 멋진 일”이라며 “하지만 근로자들은 적합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비자를 받는데 문제가 있으면 내게 전화해라. 내가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전화해 돕겠다”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투자기업의 인력에 대해 입국→미국인 근로자 교육→귀국 등 3단계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